▲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좌)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우)가 모병제 문제로 강하게 맞붙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모병제 문제로 강하게 붙었다. 새누리당 내 잠룡군에 포함된 두 사람의 격돌을 정치권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앞서 7일 한림대 강연에 나선 유승민 의원은 “일부에서 많은 월급과 군 현대화로 정예강군을 만들겠다고 하는 모병제는 가난한 이들만 군에 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모병제는 정의와 평등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는 게 유 의원의 생각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 의원이 말하는 ‘정의’다. 박근혜 키즈로 통했던 유 의원을 대선주자반열에 올린 것이 바로 ‘정의’라는 담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당시 유 의원은 헌법 1조를 거론하며 ‘정의’롭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성장론자에서 ‘사회적 경제’로 경제관을 전환한 것도 대기업 집중의 경제구조가 ‘정의’롭지 않다는 게 이유다.

▲ 모병제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4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찬성의견도 1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데이터=리얼미터>
유 의원의 반론에 남경필 경기지사도 좌시하지 않았다. 남 지사는 ‘모병제’를 차기 대선공약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화제에 오른 장본인이다.

남 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승민 의원과 모병제에 대해 공개토론을 시작하려 한다”며 “(유 의원이)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누구의 생각이나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 정책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규정은 오만일 수 있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남의 의견을 존중하게 된다”고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서 경쟁관계를 맺고 있는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면서, 모병제를 둘러싼 논의는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모병제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유 의원의 견해에 가까운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병제에 반대한다는 견해가 61.6%로 집계됐다. 반면 모병제에 찬성한다는 견해는 27%에 불과했다. (7일 538명 조사. 유무선 전화면접 및 ARS, 스마트폰앱조사. 응답률 9.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2%)

그러나 4년 전 실시한 같은 여론조사에 비해 찬성여론이 11.5%나 증가해 모병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도 실감케 했다. 향후 유 의원과 남 지사의 담론과정에서 국민여론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