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로템이 잇단 품질 문제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대로템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종합 철도전문기업인 현대로템(대표이사 김승탁)이 잇단 잡음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철도차량 관련 사업에서 부실 및 결함 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법을 위반한 혐의로 법적 공방도 잇따르고 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철도차량 특성상 크고 작은 오류는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철도차량의 품질은 이용자들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쉽게 용인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70조 규모의 ‘국가철도망구축사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현대로템의 자격 시비까지 일고 있다.

◇ 부실·불법·꼼수… 볼썽사나운 ‘배짱장사’

현대로템은 최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 부실공사와 △인천도시철도 2호선 특혜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구와 인천 모두 사업 초기부터 잡음과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 부실공사 문제는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의 실태조사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구안실련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 2호선 12개역 스크린도어 구조물에 대한 조사 결과, 정품이 아닌 비규격 볼트를 사용(전체의 85% 수준)하거나 스크린도어 도막(페인트두께) 역시 규격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량 자재를 사용한 총체적 부실시공인 셈이다.

▲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호선 12개역 스크린도어 구조물(H빔)을 고정하는 앵커볼트 대다수가 시공 계획서 제품이 아닌 부적합 제품을 사용했고, 도막(구조물에 칠해진 페인트 두께) 처리 또한 기준치에 미달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앵커볼트는 스크린도어 구조물을 지지하고 고정하는 부품으로, 스크린도어의 ‘안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도가 기준보다 떨어지거나 불량품을 사용할 경우, 전동차 운행시 발생하는 강한 바람에 스크린도어가 흔들리거나 떨어져 나갈 위험이 있다. 또 규정보다 얇은 페인트 두께는 부식에 취약해 감전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화재위험도 크다. 당연히 내구연한이 떨어진다. 이로 인한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들을 향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월 공개입찰을 통해 해당 사업을 233억원에 따냈다. 하지만 이후 177억원을 하청업체에 넘겼고,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56억원을 챙겨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일괄하도급’은 건설법 위반에 해당한다. ‘10개월간 공공기관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현대로템은 ‘효력정지(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 및 제재처분 취소소송)’ 카드를 꺼내들었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제재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 덩치만 커진 허약체질?

현대로템의 ‘품질’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조3000억원을 들인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개통 첫날부터 각종 사고로 망신을 당한 데 이어,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84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2011년 3월)하고도 이를 인천시에 알리지 않고 숨겼다. 이로 인해 인천시는 현대로템에 84량 값을 다 주고도 74량의 열차만 받아 496억9800만원의 손해를 봐야 했다. 현대로템 입장에선 크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 지난 7월 5일 뉴욕타임스는 현대로템으로부터 납품받은 전동차가 품질 문제로 전면 운행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캡처>
논란이 커지자 인천도시철도 측이 추가 납품을 요구했지만 현대로템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차량 추가 납품에 중요한 ‘차량 일주시간(99분) 입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품질 문제로 잇따라 망신을 당하고 있다. 지난 7월엔 미국에 처음 납품한 전동차(‘실버라이너 V’)에서 품질 문제가 발견돼 운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 문제로 인해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인도에서 5년간 철도공사 발주 사업에 입찰제한 결정이 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2025년까지 총 7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철도망구축사업’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확정한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2016∼2025)은 고속ㆍ준고속 철도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해 단일 생활권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전동차량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로템은 이번 대규모 국책사업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 현대로템.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대로템이 철도차량 관련 사업 1위에 걸맞는 품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사업에 대한 성공은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 관련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1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부실 등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철도 관련 사업은 이용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데다,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품질’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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