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줄을 잇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하던 낙하산 행렬은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완벽 부활한 분위기다. ‘자본시장의 꽃’인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친정권 성향의 금융관료가 사실상 자리를 꿰찼다. 

◇ 거래소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내정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됐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최근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마무리하고 정 전 부위원장을 차기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했다.

최종 면접에는 정 전 부위원장을 비롯해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주상용 홍익대 교수 등 3명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이사장 선임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거래소 이사장은 후추위의 추천을 거쳐 증권사 등 36개사 대표가 참여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하지만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는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은 23일 거래소 서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전 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정 전 부위원장이 대통령 인수위와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관(官)피아·정(政)피아·연(硏)피아로 최악의 낙하산 인사”라며 “이사장 협회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부위원장이 거래소 이사장이 된다면 낙하산과 필연적으로 결부된 관치금융의 폐해가 자본시장에 더욱 확산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거래소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할 때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인데, 정 전 부위원장은 거래소 이사장으로서 자격미달”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으로 전남대 교수와 금융연구원 부원장,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18대 대선 전에는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인수위 시절에는 경제 1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정권 출범 후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돼 ‘친박 인사’로 꼽혔다. 이에 따라 관가를 떠난 뒤에 유력 금융기관장 낙하설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엔 기업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거래소 이사장 내정설도 업계에 파다하게 돈 바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최경수 현 거래소 이사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쳤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고, 최 이사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정 전 부위원장의 내정설이 급부상했다.

◇ 정권 말 이어지는 낙하산 인사 행렬

이번 인사로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 행진’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잠시 주춤세를 보였지만 정권 말기인 올해부터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금융공공기관 등의 임원 현황 및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취업제한심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금융기관에 취업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인사는 204명에 이른다.

▲ 2016년(9월까지) 금융권에 취업한 '정치권, 금융관료, 관료 출신 인사 명단. 관련 내용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금융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임원 현황’과 ‘공직자 취업제한심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음.

▲ 2013년 2월부터 2016년까지 금융권에 투입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인사 증가 추이.
정권 초기 낙하산 인사는 2013년 30명을 시작으로 2014년 59명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5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64명으로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해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에 금융권 낙하산 인사 투입이 또다시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이러한 인사는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최근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신임 감사로 선임해 논란을 일으켰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관피아 인사’ 척결 차원에서 신설된 전무직에 관료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금융권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인사 태풍이 몰아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를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 등 주요 기관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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