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은 당초 ‘리딩 파티’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각오로 ‘제3당 시대’를 열었지만, 실제 정국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리딩 파티’로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각오로 ‘제3당 시대’를 열었지만, 막상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당과 가까운 주장을 하면 ‘새누리당 2중대’, 야당과 가까운 주장을 하면 ‘민주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일각에서는 중도정당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대 국회 원 구성을 앞두고 “우리는 새정치를 표명하기 때문에 캐스팅보터가 아닌 리딩 파티, 선도정당으로써 흥정이나 거래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4·13 총선을 통해 원내 3당으로 올라선 만큼 국정의 ‘키’를 쥐고 국정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당은 쏟아진 각종 현안들에 있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당론인 사드 배치 반대를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다 야3당 공조로 제출하기로 한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두고도 막판에 발을 뺐다.

고민의 한 축에는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보수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했을 당시(7월 12~14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층 47%는 사드 배치에 찬성했고 3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민의당이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기치를 내걸었을 때 큰 호응을 얻은 것에도 이러한 지지층의 성향이 반영돼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이와 관련 “영남 지역에서 우리가 받았던 지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온 것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독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이 야3당 원내대표 합의로 공동제출하기로 한 ‘김재수 해임건의안’ 가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에 맡긴 데에는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도 깔려 있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장관을 해임하지 않을 텐데 우리만 너무 각을 세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청와대는 25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비교적 ‘색깔’이 확실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강대강 대치까지 계속되면서 국민의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습이다. 의석수가 비슷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합의를 이루는데 거듭 실패하면서 양쪽에선 국민의당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양당의 이해싸움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번 국정감사에 거는 기대가 컸다. 이번 기회에 ‘국감 스타’를 배출해 당 존재감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당 관계자는 “새누리 2중대, 더민주 2중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번 국감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김재수 해임건의안 사태로 새누리당이 국감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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