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연찮은 ‘면적 부풀리기’ 의혹
HDC신라면세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는 현대산업개발 본사로,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다. 현재 사무용(업무시설)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업시설로 용도변경을 해야 하지만 7일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 그때 상업시설로 용도변경하면 된다. 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HDC신라면세점이 내세운 ‘특허면적’이다. ‘특허면적’은 매장면적을 비롯해 창고면적, 공용면적 등 실제 면세점 운용에 필요한 총면적을 의미한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지난 4일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한 직후 “아이파크타워 1층에서 6층까지 약 1만3000㎡(약 3900평) 공간을 면세점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그러나 건축대장을 확인한 결과, 아이파크타워 1~6층까지의 연면적(건축물 각층의 바닥면적의 합계)은 7400㎡(약 2239평)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연면적과 특허면적의 비율(약 75%)을 적용할 경우 HDC신라면세점의 특허면적은 5521㎡(약 1670평) 수준이며, 여기에 창고나 엘리베이터 등 공용면적을 제외하면 실제 매장면적은 4500㎡(약 1275평) 정도라는 것이다.
이어 “이미 구청으로부터 증축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곧바로 공사에 착수하면 오픈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4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서를 제출한 뒤 언론에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 어디에도 ‘건물을 신축해 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적시하지 않았다. 1층부터 6층까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시사위크>가 확인한데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아이파크타워 뒤편 나대지에 ‘증축’이 아닌, ‘신축(지상 10층 규모·상업시설)’ 허가를 신청했으며 최근 허가가 난 상태다. 연면적 3613㎡ 규모로, 현재 면세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아이파크타워 1층~6층 연면적 7400㎡를 포함하면 약 1만1000㎡ 정도 된다.
문제는, 해당 면적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느냐다.
◇ 아이파크타워 뒤편에 10층 건물 신축허가
강남구청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이 신축건물을 짓겠다고 밝힌 부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경우, 판매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닥면적의 합계는 2000㎡(약 605평)를 초과할 수 없다. HDC신라면세점이 아이파크타워 뒤편에 10층 규모로 새 건물을 짓더라도 연면적 중 약 2000㎡(600평)만 판매시설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이파크타워 건물 역시 일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에 포함돼 있다. 결론적으로 판매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됨에 따라, HDC신라면세점의 ‘1만3000㎡ 규모’ 발표는 사실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용도변경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파크타워 전체 대지면적 중 3종일반주거지역의 비중이 커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HDC신라면세점이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는 애초부터 활용도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아이파크타워가 사무용(오피스용)으로 설계된 만큼 면적이 좁고 층간 높이가 낮아 면세점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아이파크타워의 경우 가로 70m 폭 20m의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5층부터는 폭이 12m로 줄어든다. 고층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라는 얘기다. 때문에 면세점을 구성할 경우 매장 배열이 일렬로 늘어설 수밖에 없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에 입점한 명품 매장의 경우, 대부분 대형 면적에 배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파크타워 구조 상 명품 브랜드 입점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HDC신라면세점은 4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기존 면세점과는 전혀 다른 동선과 매장 배치로 자유롭고 특색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젊은 관광객’ 중심의 면세점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오픈한 두산면세점의 경우도 오피스를 판매시설로 용도변경해 면세점을 구성한 사례인데, 고객 동선 구성이 쉽지 않고 층고가 낮아 다른 면세점 업체들에 비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면세점의 경우, 1개층 면적이 평균 1524㎡(약 462평) 수준이다. 아이파크타워의 1개층 평균 면적은 924㎡(약 278평)다. 두타면세점에 비해 현저히 좁다. 전문가들은 한 층당 200여평의 규모로는 면적이 협소해 정상적인 매장 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HDC신라면세점이 최근 아이파크타워 뒤편 나대지에 신축건물을 짓겠다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매장규모 논란, HDC신라면세점 심사에 영향받나
물론 매장면적이나 특허면적, 연면적 등이 면세점 특허권 선정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쇼핑의 편의성을 비롯해 관광객 수용여부를 감안하면 특허면적은 면세점 선정에 있어 외면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동 일대는 코엑스 단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종합운동장 등이 국제 마이스(MICEㆍ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관광특구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향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명소로 지목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 3개층을 리모델링한 1만4005㎡ 면적을, 신세계DF(신세계면세점)는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1만3500㎡ 규모의 면세점을 선보이겠다는 기획안을 내놓았다. HDC신라면세점은 1만3000㎡를 발표했는데, 면적 부풀리기 의혹에 휘말리며 적잖이 부담스럽게 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입찰마감은 끝났지만 아직 (담당자가) 사업신청서를 수령하기 전 상태라 감점요인이 되는지 탈락기준이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뭐라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면적 부풀리기 의혹과 같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사업신청서를 받고 현장실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4일 입찰마감에 이어, 서류·현장실사 및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 중 사업권자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