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동구에 위치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은 아시아문화전당에 문화콘텐츠 공급과 위탁운영을 담당하는 산하 기관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문화원이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문화원은 총 5조3000억 원의 국가재원이 투입되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에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기타공공기관이다. 문제는 아시아문화원의 설립부터 인사까지 “특정 인맥이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국감에 나선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20년간 5조3000억 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내실 있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자료를 검토해보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특명감사라도 해서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 반드시 감사를 해서 5조원의 재원과 국민여망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치 해 달라)”고 요청했고,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적한 문제점들을 면밀히 보고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크게 세 줄기다. 아시아문화원의 전신격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의 해산과 포괄승계에 절차적 위법이 있고, 그 과정에서 인사특혜가 주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 모든 과정에 특정 ‘내부자’들이 개입돼 있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찍어내려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전희경 의원실이 ‘아시아문화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은 2015년 3월 13일 개정됐다. 아시아문화원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기서 제공됐다. 이 법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원의 설립등기가 끝나면 그 전신격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은 자동 해산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해당 법안이 처리되기 2일 전인 3월 11일, 아시아문화개발원이 돌연 해산을 의결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3월 12일에는 ‘아시아문화원설립준비단’을 구성했다. 이는 “앞뒤가 뒤바뀐 것으로 법도 만들어지기 전에 전신기관을 해산하고, 설립준비단은 법통과 하루 전에 만들어지는 (법 절차를 어긴) 졸속 운영”이라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출생 전 출생신고를 한 격’이라는 미르재단과 같은 닮은꼴이다. 

▲ 아시아문화원과 그 전신격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의 부칙규정 비교. 개발원의 특별채용 규정이 명확한 데 비해, 문화원의 규정은 굉장히 포괄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시아문화원의 특별채용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아시아문화원 규정 부칙 3조⓶항은 ‘문화원의 원장은 아시아문화원 설립준비단에서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 대하여는 문화원의 직원으로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했다. “업무의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문화원 측은 설명했지만, 정당한 업무평가 기준이나 타당한 절차도 없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문화원의 전신인 개발원의 부칙과 비교하면 차이는 명백했다. 개발원 부칙 2조⓶항은 ‘개발원 설립준비단 직원은 광주근무가 가능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정한 근무경력이 있으며 전문성이 있고 개발원 근무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자 4명 내외로 선발·배치하며 향후 개발원의 직원으로 특별 채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채용인원과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문화원의 설립과정과 운영에 특정인맥이 깊이 작용하고 있다는 제보도 나왔다. 전 의원은 “개발원부터 준비단, 문화원으로 특채 되는 과정에서 인사특혜 의혹이 짙게 나타났고, 해당자들이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보좌관이나 보좌진으로 엮여 경영지원본부를 장악, 전횡을 휘두른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무더기 직급강등 사건이다. 아시아문화원은 지난 3월 종전 6등급 체제에서 7등급 체계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2급 이하 직원 76명 중 21명의 직급이 강등됐다. 지난해 10월 공채를 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일부직원들의 직급을 강등한 셈이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는 강등이라는 직원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 판정을 내린 사안이다.

▲ 기획재정부가 아시아문화원에 권고한 등급조정 내용. 아시아문화원은 이에 공개채용 5개월 만에 일부직원에 대한 직급을 조정했으나 정작 기재부 권고안과는 다른 내용으로 조정했다. 일부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노동위원회에서 구제판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문화원은 ‘기획재정부의 등급조정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위원장도 14일 연석회의에서 “아시아문화원이 직원들에 대한 무더기 직급 강제조정을 시행해 논란이 됐다”며 “황당한 조치의 배경으로 아시아문화원을 관리 감독하는 기획재정부가 직원 채용 후 직급 조정을 요구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라고 기재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은 여전하다. 기획재정부의 등급조정은 권고사항이었을 뿐,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었다는 판단에서다. 한 제보자는 “기재부의 권고는 빌미였을 뿐, ‘내부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쳐내기 위한 일종의 줄세우기”라고 등급조정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 의원실 관계자도 “문화원은 기타공공기관이다. 아무리 기재부라도 특정한 법적 근거나 당사자 동의도 없이 등급강등을 시킬 수 없다”며 “인사뿐만 아니라 문화원의 사업에도 문제가 많다는 사람들의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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