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권력 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된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재단을 설립하고 기업들의 자금 출연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론’에 휘말릴 정도로 위기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권 말기 국내 은행들이 수천억대 자금을 출연해 세운 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 구설에 올랐다. 이 재단이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간접투자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탓이다. 일각에선 ‘금융판 미르재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청년 창업 활성화한다더니… ‘회의론’ 증폭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2012년 5월 ‘청년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과 금융공기업 등 총 20여 곳이 자금을 갹출해 현재까지 약 4000억원을 거뒀다. 은행들과 재단은 약정을 맺고 2020년까지 1000억원의 출연금을 추가 조성하는 계획도 잡아놓은 상태다.

그런데 금융권 일각에선 이 재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회의론’이 피어오르고 있다. 출연금 절반 가까이가 은행 예치금으로 잠자고 있는데다, 진행 중인 투자 사업을 두고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총 출연금 4000억원 중 예치자산(1906억), 대위변제금액(140억), 임대보증금(23억6000만원)을 제외한 1930억원을 투자자산으로 쓰고 있다.

이중 재단이 직접 투자하는 규모는 26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903억원이 간접투자로 운용되고 있는데, 이 중 70%인 1324억원은 성장사다리펀드에 투자됐다. 현 정부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이 펀드에 재단은 총 35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잡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 투자금의 일부는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 관련 회사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2014년과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의 아들 J씨가 대주주로 있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총 93억원이 투자됐다. 24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K씨가 대표로 있는 ‘LB인베스트먼트’에 들어갔다.

▲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 대한 은행 출연금 현황.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재단의 간접투자 운용사 중 지분이 가장 높은 3개 운용사가 정부와 대기업에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식경제부 주도로 설립된 회사의 100% 자회사,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자회사, 대기업의 창업투자회사가 2013년 3월 간접투자 운용사로 선정돼 각각 125억원씩 출자액 약정을 받았다.

◇ 전ㆍ현직 대통령 친인척 기업에 간접 투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천을 받은 T운용사는 대기업 C사의 창업투자 회사로 재단이 2013년 투자운용을 맡긴 이후로는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지 못한 채 2015년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능력보다는 대기업을 배려한 투자운용사 선택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김해영 의원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또한 기업들에게 준조세 부담을 지웠다는 점에서 미르‧K스포츠‧청년희망재단 등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4000억원이라는 모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접투자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관의 입김이 얼마만큼 작용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에서도 재단에 대한 볼멘소리가 조심스럽게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 취지는 공감하고 있지만, 업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기부) 압박을 받고 있다 보니,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며 “최근엔 추가 출연 압박설도 불거져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선 재단이 올해까지 각 은행에 500억원을 출연하라고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은행권창업창업재단은 “재단의 출연금은 2011년 당시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 강화 차원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은행권을 압박해 돈을 끌어 모았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500억 출연을 공식 요청한 적이 없으며, 올해 내 추가 출연을 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13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간접운용사 선정 및 투자 방향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해명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투자업무규정에 따라 정부기관 및 관련협회 등 공신력이 있는 단체의 추천을 받고 투자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재단 투자운용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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