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는 20일자로 홍재문 전 한국자금중개 부사장을 전무이사로 임명했다. 홍 전무는 재정경제부 금융허브과장,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인사과장, 외교통상부 주OECD대표부 공사참사관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 민간금융협회 낙하산 인사 ‘러시’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협회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홍재문 신임 전무가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회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 시중 은행권에선 한숨부터 터져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회원 은행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커녕, 모셔야 할 사람이 또 온 것 아니냐”며 “이럴 거면 부회장 자리를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협회 전무직은 조직 내에서 2인자 자리다.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금융권 민간협회는 ‘관피아 폐해’를 없앴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부회장직을 없애고 전무직을 신설했다. 관료 출신들이 협회 부회장직을 독식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금융당국은 내부 출신 인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석이 된 은행연합회 전무 자리에도 관료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 시도가 이어졌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을 전무로 선임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서는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도 금융감독당국 출신 인사가 부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관피아 인사 관행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자, 민간 금융회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잇단 ‘낙하산 인사설’로 시름하고 있는 은행권의 부담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 은행권 “또 상전이 내려왔다” 한숨
은행권은 올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CEO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금융권 안팎에선 친정권 성향의 관료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이같은 ‘낙하산 인사설’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임돼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금융권에선 정권 말에 집중되는 이같은 인사에 우려의 시선이 짙다. 한 은행권 인사는 “정권말에 오는 인사는 자리만 채운 채 이도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1년도 안 돼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금융사 조직은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