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민간 금융협회 2인자 자리에 관료 출신 인사들의 입성이 이어지고 있다. ‘관피아 인사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은행연합회는 최근 금융 관료 출신을 전무로 선임했다. 

은행연합회는 20일자로 홍재문 전 한국자금중개 부사장을 전무이사로 임명했다. 홍 전무는 재정경제부 금융허브과장,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담당관, 행정인사과장, 외교통상부 주OECD대표부 공사참사관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 민간금융협회 낙하산 인사 ‘러시’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협회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홍재문 신임 전무가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회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 시중 은행권에선 한숨부터 터져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회원 은행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커녕, 모셔야 할 사람이 또 온 것 아니냐”며 “이럴 거면 부회장 자리를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협회 전무직은 조직 내에서 2인자 자리다.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금융권 민간협회는 ‘관피아 폐해’를 없앴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부회장직을 없애고 전무직을 신설했다. 관료 출신들이 협회 부회장직을 독식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금융당국은 내부 출신 인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 민간금융협회 전무직 인사 현황. <시사위크>
하지만 이같은 취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꼴이 됐다.  전무 자리에도 속속 금융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보험협회는 1년간 전무 자리를 공석 상태로 두다 지난 8월 송재근 전 금융위원회 금융과장을 전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석이 된 은행연합회 전무 자리에도 관료 출신 인사들의 재취업 시도가 이어졌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을 전무로 선임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서는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도 금융감독당국 출신 인사가 부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관피아 인사 관행이 부활하는 조짐을 보이자, 민간 금융회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잇단 ‘낙하산 인사설’로 시름하고 있는 은행권의 부담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 은행권 “또 상전이 내려왔다” 한숨

은행권은 올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CEO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금융권 안팎에선 친정권 성향의 관료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이같은 ‘낙하산 인사설’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 올해 금융권 낙하산 인사 투입 현황.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 참조>
실제로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정권 말기인 올해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융권에 투입된 낙하산 인사가 64명에 이른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임돼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금융권에선 정권 말에 집중되는 이같은 인사에 우려의 시선이 짙다. 한 은행권 인사는 “정권말에 오는 인사는 자리만 채운 채 이도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1년도 안 돼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금융사 조직은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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