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버티기’는 계속 될 수 있을까. 비리 의혹으로 시작됐던 그의 사퇴 압박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민정수석의 주된 임무는 공직 인사들의 검증과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관리다. 최씨와 연관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사실상 대통령의 측근 관리는 실패했고, 공직자로서 도덕성도 이미 바닥났다. 여권마저 등 돌린 이유다. 더 이상 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뿐이다. 하지만 우병우 수석의 생각은 달랐다.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것. 지금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내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어… 사태 수습 먼저’

실제 우병우 수석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때문에 김재원 정무수석과 갈등설도 제기됐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재원 수석은 지난 21일 열린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우병우 수석에게 동반 사퇴를 제안했다. 당시 운영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수석이 출석 거부 입장을 고수하자 김재원 수석이 나서 청와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이에 대해 우병우 수석은 ‘내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며칠 뒤 사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 25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다. 전날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대책 마련을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원종 실장은 자신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10명 전원의 자진 사퇴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병우 수석이 반대했다. ‘사태를 수습할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기에 안종범 경제수석이 힘을 실었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물론 최씨의 실소유주 더블루케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 우병우 수석은 김재원 정무수석의 동반 사퇴 제안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수석비서관 전원 사퇴 제안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은 다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김재원 수석은 27일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청와대 참모진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서 나름대로 충분히 판단해 곧바로 조치를 하지 않을까 저희들은 지켜보고 있다”면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곤혹스런 표정은 우병우 수석의 사퇴 거부를 둘러싼 또 다른 해석을 낳았다. 야권에선 우병우 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과 직결되는 ‘최순실 사태’의 방패로 지적한다. 우병우 수석이 버텨야 검찰과 경찰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우병우 수석과 최씨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발탁에 대해 “최씨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 씨가 연루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경질됐다. 우병우 수석은 조응천 의원이 청와대를 나온 직후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임명됐다가 약 9개월 만에 승진했다. 이후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에서 최장수 민정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 민정비서관 발탁 배경에 드리워진 ‘최순실 그림자’

조응천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도 나타났다. 최씨의 측근들이 근무했던 사무실에서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제목의 문건이 발견된 것. 실제로 최씨가 인사에 개입했는지 알 수 없으나, 해당 문건이 최씨 관련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만으로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최근엔 ‘팔선녀’로 알려진 최씨의 비선모임에 우병우 수석의 부인 이모씨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최씨는 ‘팔선녀’에 대해 “처음 듣는 말”이라면서 “만든 적이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일각에선 전직 국무총리 A씨를 거론하기도 한다. A씨가 우병우 수석을 민정비서관으로 추천했는데, 그 배경에 최씨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A씨는 우병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 회장과 최씨의 제부 서모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수석이 최씨의 천거로 청와대에 입성했다면, 그는 이미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의혹만으로 사람을 자를 순 없다”며 우병우 수석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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