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하늘고등학교 전경 <하늘고등학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과도한 제 식구 챙기기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사가 설립한 자사고인 ‘하늘고등학교’에 직원 자녀들을 특혜 입학 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으로 성장한 사립 학교에 공사 자녀들을 무혈 입성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전국구 명문 하늘고, 공항 종사자 경쟁률은 1대1

특혜 논란이 제기된 학교는 ‘하늘고등학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2011년 677억원 가량을 들여 인천 영종도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늘고를 설립했다. 개교 5년이 지난 현재 이 학교는 전국을 대표하는 명문 고등학교로 성장했다.

2회 졸업생을 배출한 지난해 인천과학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학생들을 서울대에 보냈다. 인천과학고가 특목고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울대 합격생 수에 있어 사실상 1등인 셈이다.

서울대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했다. ▲고려대 20명 ▲연세대 8명 ▲KAIST 4명 ▲POSTEC 3명 ▲해외대학 9명 ▲서강대 6명 ▲성균관대 27명 ▲한양대 22명 ▲이화여대 7명 등이다. 의·치대에도 9명을 보냈다. 225명의 졸업생 가운데 148명(67%)이 대학에 갔다.

그만큼 입학 경쟁률도 높다. 올해 전국에서 20명만을 뽑는 전형에 237명(경쟁률 11.85대 1)이 몰려들었다. 71명이 지원했던 2년 전(2014학년도 경쟁률 3.55대 1)에 비해 3배 이상 들어가기 힘든 학교가 됐다.

다른 전형에서도 입학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인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천지역 전형(20명)’의 경쟁률은 2014학년도 4.15대 1에서, 올해 5.52대 1로 상승했다. 인천에서도 공항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주민 전형’은 지난해 1.38대 1에서 올해 1.98대 1까지 치솟았다. 40명을 모집하는 입학 전형에 24명의 학생이 더 몰린 것이다.

총 5개 입학 전형 가운데 나머지 2개 전형만이 현상 유지 상태다. ‘사회통합전형’과 ‘인천공항종사자전형’이 그것이다.

사회통합전형이란 사회적 소수를 배려해 열어둔 문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주로 대상자다. 이 외에도 탈북자 자녀나 입양자녀, 도서벽지학생 등이 자격 요건을 갖는다. 순직공무원이나 국가보훈대상자의 자녀도 포함된다.

소수자 우대 차원에서 만든 만큼 이 분야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어지간해서 2대1을 넘지 않는다. 경쟁률도 쉽게 오르지 않는다. 자격을 충족시키는 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2014학년도에 1.78대1을 기록한 사회통합분야 경쟁률은 올해 1.71대1로 나타났다.

▲ 인천 하늘고의 최근 3년간 경쟁률. < 이원욱 의원실 >

◇ 감사원 “공사의 학교 운영비 지급은 잘못”

하늘고에는 사회통합분야보다 입학이 쉬운 전형이 있다. 바로 ‘인천공항 종사자 전형’이다. 이 분야의 최근 3년간 경쟁률은 ▲2014학년도 0.60대 1 ▲2015학년도 1.05대 1 ▲2016학년도 1.04대 1을 기록했다. 원서만 쓰면 합격인 수준이다. 모집정원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00명을 배정했다.

이 분야에 응시가 가능한 인원은 매우 제한돼 있다. 공사 직원과 공항에 파견 나온 공무원이 주요 대상이다. 양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자녀에게도 20자리가 보장돼 있다.

1일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사는 허브공항이라는 명목 하에 국제항공수요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연간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항공 독점도 모자라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사고에 공사 자녀들이 무혈 입성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육도 독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하늘고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교 후 지난해까지 5년간 110억원을 운영비로 지급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연간 21억6000만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이는 감사원의 지적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2011년 하늘고 설립 당시 감사원은 공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운영비 지원은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육 독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수익을 공항 종사자 자녀들만을 위해 사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하늘고를 인천시교육청에 기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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