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페이스' 유통사 영원무역이 실적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바야흐로 아웃도어 업계 대목이 찾아왔다. 입동이 지나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패딩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작 아웃도어 업계 강자인 영원무역의 얼굴은 흐리다. 3분기 실적부진과 함께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며 겨울 특수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 ‘국민교복’의 굴욕… 단납기 주문에 수익성 ‘뚝’

영원무역은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수출업체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외 유통 및 해외 지역개발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등 40여개 브랜드를 OEM 방식으로 전 세계에 납품한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국내 시장에선 ‘국민교복’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아웃도어 시장 점유율 1위를 10년 이상 수성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원무역의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다. 7일 영원무역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 늘어난 547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됐다. 3분기 영업이익이 528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8.6%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86억원으로 21.2%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원무역 주가는 전일에 비해 1150원 내린 2만6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5월 기록했던 고점 5만5600원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아웃도어 업계의 최성수기라 불리는 3분기 실적임을 고려하면 유례없는 부진이 나타났다.

영원무역 측은 “전방산업의 수요 불안으로 인해 올해 수익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바이어들의 수주가 크게 늘지 않고, 오히려 납기일이 짧은 단납기 주문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짧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초과근무가 늘고 해외공장 인건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마진은 낮아지는 악순환의 굴레가 계속된 탓에 수익성은 그만큼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 아웃도어 업계불황… 겨울에도 실적 ‘꽁꽁’

통상적으로 단납기 수주의 증가는 수요가 불안정한 시장에서 벌어진다. 소비자 반응을 확신할 수 없을 때 바이어는 재고조정을 위해 반응 생산을 확대한다. 조금 주문하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수주량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단납기 오더 증가는 OEM 업체 부담으로 돌아온다. 생산러쉬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아웃도어 시장이 왜 수요 불안시장이 된 것일까.

최근 아웃도어업계는 급격한 성장세가 끝나고 최근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장 성장률이 2011년 34%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27%, 2013년 19%, 2014년 9%로 둔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호황을 누리던 등산복 열풍이 한풀 꺾이자 아웃도어 시장은 활력을 잃었다. 패션그룹 형지가 매출 부진에 시달리다 ‘노스케이프’를 5년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축소 러시마저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웃도어에서 희망을 잃은 의류업체들은 골프웨어와 애슬레저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영원무역 또한 자전거 브랜드 ‘SCOTT’을 인수해 사업다각화 대열에 합류했다. 2015년 3월 스위스 소재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회사인 ‘SCOTT’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해 자전거 및 스포츠 브랜드 사업에 출사표를 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신규 사업 분야에서의 수익창출은 녹록치 않았다. SCOTT을 비롯한 브랜드 사업의 매출이 1905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49% 올랐으나, 영업적자가 12억원으로 적자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또 자전거 업계 최성수기인 3분기가 지나고, 비수기인 겨울철이 시작돼 연내 실적회복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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