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아웃사이더(Outsider). 대체로 테두리 밖에 있는 자, 비주류, 사회·경제적 테두리를 벗어난 자로 통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다. 어떤 맥락이냐에 따라 뜻이 조금씩 다르게 읽히기도 하지만, 보통 ‘주류’의 반대말로 쓰인다.

도널드 트럼프가 4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트럼프의 당선을 “팍팍한 삶과 희망 없는 미래에 아우성치고 있는 미국 국민이 민생과 괴리 돼 기득권이 되어 버린 낡은 정치를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도 공화당 후보의 당선에서 의미를 찾았다. “트럼프 후보의 승리는 기존 질서에 대한 경종”이라고 했다. 야권의 한 전직 의원은 이번 미 대선을 “아웃사이더 민란군이 백악관을 점령”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기존 질서와 주류, 기득권 정치에 환멸을 느낀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짐으로써 ‘심판’을 했다는 거다. 흑인이 대통령이고 여자가 국무장관이던 ‘기존’ 정치에 성추행, 탈세, 혐오발언을 일삼던 트럼프가 경종을 울렸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슬로건과 ‘백인 우월주의를 재건하자’는 주장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트럼프는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 ‘카지노 황제’로 불린다. 부동산 재벌이었던 아버지의 경영권을 이어받아 부를 축적했다. 전형적인 ‘금수저’다. 그리고 백인 남성이다. 타고난 미국의 상류층, 주류, 기득권의 대표주자이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아웃사이더’ ‘비주류’의 상징이 됐다.

야권의 한 대선주자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로 미국민은 강한 변화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성소수자를 배척하고 이민자를 차단해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힐러리는 남녀 임금격차를 줄일 것이고 성소수자 인권보장과 낙태 합법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트럼프를 택한 건 아닐까?

현실이 돼버린 ‘트럼프 현상’을 단순히 아웃사이더의 반란, 변화에 대한 열망, 기층민중의 승리라는 말들로 포장하는 것은 그래서 찝찝하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은 트럼프가 옳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역전승’만 가지고 얘기하는 아전인수 격 해석은 위험하다. 거기에는 트럼프가 내뱉었던 수많은 성소수자·여성·장애인·이민자 혐오발언이 제외돼있다. 트럼프의 승리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준 ‘감동’이 표만 얻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우리나라 대선은 1년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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