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이 최근 출시한 카스타드와 자일리톨껌. <오리온>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오리온의 과도한 경쟁사 베끼기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잇따라 경쟁 기업의 제품을 모방한 듯한 제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일부 제품의 경우 원조 기업과 법정 공방까지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자일리톨껌 리뉴얼, 내용증명 주고받은 롯데와 오리온

미투상품.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를 모방한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미투(me too)즉, ‘나도 똑같이’라는 뜻이다.

미투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종을 망라하고 기업들이 미투 마케팅을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업이란 이윤 창출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집단이란 점에 비췄을 때, 미투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은 상품으로 위험 부담을 낮추고,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투는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될 것으로 비춰져서다.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제품이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란 쉽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게서 적당주의가 퍼진다면, 이는 곧 국내 산업의 공멸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실제 미투 상품들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일례로 재작년 열풍을 일으킨 달콤한 감자칩이 그렇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자 경쟁 업체들은 앞다퉈 유사 상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2년 여간 지난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건 오리지널 제품 뿐 이다.

미투 상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업종은 제과분야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제과업체 간 경쟁은 과열되는 분위기다. 시장 환경이 이렇다보니 경쟁 업체의 혁신상품을 그대로 답습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과기업 상위 3개사 가운데서도 근래 들어 미투 상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은 오리온이다. 국내에서 고유명사에 가까울 정도로 친숙한 제품들이 오리온에서도 출시되고 있다.

◇ 오리온 “독자 개발한 상품, 미투 상품 아냐”

대표적인 상품은 자일리톨껌이다. 지난 8월 오리온은 기존 ‘펌프껌’을 리뉴얼해 ‘더 자일리톨’을 새롭게 선보였다. 소비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녹색 바탕의 흰 글씨체를 디자인해서 말이다. 용기 역시 뚜껑이 달린 원통형으로 기존 제품과 매우 흡사한 모양이다.

지금의 알 형태의 자일리톨껌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2000년 롯데에서다. 16년여가 흐른 현재, 자일리톨껌은 국내 껌 시장의 80%를 가까이를 석권하고 있는 롯데에서도 효자 상품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자일리톨껌의 매출은 2014년 1040억원보다 10% 이상 증가한 115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일리톨껌과 관련해 롯데와 오리온 양측은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롯데가 자일리톨껌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오리온 역시 이에 맞불을 놓았다.

앞서 4월에는 카스타드를 선보였다. 이 역시 롯데가 원조다. 1989년 처음 출시된 이래 연 매출 500억원 가까이를 올리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 제조사 별로 빵의 겉면에 초콜릿을 바른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카스테라 형태의 파이로는 독보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 오리온 관계자는 “두 제품 다 오리온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상품으로 미투 상품이 아니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자일리톨껌과 카스타드의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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