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사업부지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인접한 중심지미관지구였으나, 사업과정에서 일반미관지구로 용도변경되며 주거용 아파트 신축이 가능해졌다. 이밖에 고도제한 폐지 등 각종 특혜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정관계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네이버 스카이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엘시티 비리사건으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고위 공직자와 전현직 정치인들이 연루됐다는 설이 퍼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어느 선까지 진행될지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지시에서 비롯됐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돼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뇌물로 제공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여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장 연루된 ‘여야 정치인’이 누구인지 관심이 모아지는 등 파장은 작지 않았다. 사실 청와대의 언급 전부터 엘시티 비리는 이번 정부 최대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설이 정치권에 파다했다. 2조7000억 규모에 달하는 개발사업의 인허가 및 사업계획 변경 등에 주어진 특혜는 정치권의 개입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비록 최순실게이트로 관심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으나, 결국 올 것이 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반응이다.

◇ 문재인·김무성 등 SNS서 급속도로 유포, 당사자들은 ‘강력대응’ 선포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것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엘시티 사건이 언급되자 SNS 등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내용이 급속도로 유포됐다. 사업이 계획되고 사업자가 선정된 때가 참여정부 시절이었다는 게 이유다. 다만 공공개발사업이었던 엘시티 사업이 민간수익사업으로 변경되던 시기는 이명박 정부였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의 관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관측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 같은 의혹을 전면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식의 흑색선전이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와 선거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고 발본색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최순실게이트 물타기”라고 반발했으며, 민주당 디지털소통위는 물타기 관련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마련하는 등 면밀하게 대응했다.

문 전 대표에 이어 SNS 등에서 연루의혹 대상자로 지목된 것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김무성 전 대표가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았다.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데 대한 청와대의 보복성 사정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까지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김 전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사이버수사대에 관련자들을 형사고소했다. 이밖에 전현직 부산시장과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연루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검찰에 대한 경고’ 혹은 ‘정국 물타기’ 박근혜 대통령 노림수는…

▲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사건 연루자 엄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야권에서는 최순실게이트 물타기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광화문에 모여 촛불집회를 여는 시민들의 모습 <뉴시스>
여기에 포스코 건설이 ‘책임준공’을 맡게 된 배경에 친박계 정치인의 외압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의 의혹들이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있었다면, ‘친박 외압설’은 비교적 최근이라는 점에서 시점의 차이는 존재한다. 2015년 4월 중국계 CSCEC가 계약을 해지하고 철수하자 엘시티 사업이 좌초위기에 몰렸는데, 포스코건설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과정에 정권실세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친박계 A 의원과 B 전 의원이 그 대상자다.

일각에서는 엘시티 사건을 키운 청와대의 의중이 정치권이 아닌 검찰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공직자들, 특히 검찰 관계자들도 이영복 회장의 로비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영복 회장이 로비를 했다면 검찰 고위직에도 하지 않았겠느냐”며 “최근 검찰 기류가 바뀌면서 박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볼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한편 엘시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오히려 한 발 빼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연루자 엄단을 지시’한 이유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엘시티 비리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발언에 대한 항변차원일 뿐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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