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유한양행이 매출 ‘1조 클럽’ 등극을 점치는 가운데 수익성 약화에 울상이다. 이정희 대표가 힘을 실었던 ‘신약 개발’은 임상단계에서 두 번이나 쓴 맛을 봤다. 캐시카우를 담당하는 수입약도 계약만료 위기에 처했다. 업계 매출액 1위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가려진 유한양행의 왕좌가 불안하게만 보인다.

◇ 신약 개발 중단 “공든 탑이 무너졌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 매출액 3586억원을 달성했다. 누적매출은 9643억원이다. 작년 동기에 비해 17.5% 오른 규모로, 이 추세라면 연내 매출액은 1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3년 연속 ‘1조 클럽’ 등극의 쾌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매출은 늘었으나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매출에 비례하지 않는 수익성이 유한양행의 최대 고민으로 부상했다. 3분기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은 159억원, 당기순이익은 4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작년 동기 대비 28%, 38.6% 감소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따른 연구개발(R&D)비용 증가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비가 늘면서 이익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 누적기준으로 연구개발비에 618억원을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6.4% 수준이다. 작년 R&D비용인 496억원에 비해 24.5% 증가했다.

유한양행의 임상비용은 이정희 대표 취임과 동시에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정희 대표는 작년 3월 신규 선임되자마자 ‘R&D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강조했다.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신약 개발에 나서며 장기 먹거리 개발에 힘써왔다. 그러나 연이은 임상 중단에 실적 악화만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유한양행은 10월 27일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임상 2상 중단을 공시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약효가 기대에 못 미쳐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내 기술수출까지 가시화되던 ‘혁신 신약’이라 좌절감은 더욱 컸다. 불과 하루가 지난 28일, 고혈압 복합제도 임상 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신규 물질인 ‘YHP1604’로 성분별 용량을 조절해 다시 개발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동제약, 제일약품 등 쟁쟁한 경쟁사들이 고혈압 3제 복합제 임상 3상을 완료한 상태라 전망은 밝지 않다. 보령제약과 대원제약, 대웅제약 등 후발주자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 속도전에서 선두권을 놓치면서 수익성 반등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 ‘트윈스타’ 계약만료… 장기 먹거리 ‘고민’

▲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네이버 프로필 캡처>
악재가 계속되자 이정희 대표는 주가 부양에 애쓰고 있다. 잇따른 임상중단과 3분기 실적 악화 소식에 유한양행 주가는 5거래일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이 대표는 이달 1일과 2일 각각 주식 500주와 2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달 11일에는 300주를 사들였다. 매입에 들인 액수는 개인 돈 약 2억9000만원이다. 한 달 만에 주식 보유량이 1000주 늘어 3200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정희 대표의 자사주 매입 인공호흡에도 주가 회생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0월 말 임상 중단 공시 5거래일 만에 주가는 이미 25만9000원에서 20% 가까이 폭락했다. 이후 이 대표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도 주가는 큰 변동 없이 하락세를 걷다가 18일 오후 4시 기준 2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이은 악재에 관련 임원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최근 유한양행 연구소장을 맡은 남수연 전무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신약 임상 실패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4분기에도 반전을 꾀할만한 새로운 먹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수입약 ‘트윈스타’가 연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유한양행이 매년 평균 매출액의 70% 가량을 다국적제약사의 도입약 매출로 올리고 있는 상황에, 4분기 실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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