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 등 식품회사들이 줄줄이 지주사 전환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식품회사들이 줄줄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각 사업 부문별 전문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오너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 승계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오리온ㆍ매일유업, 지주사 전환 대열 합류

오리온과 매일유업은 22일 지주사 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오리온은 기존 회사를 신사업을 투자하는 오리온홀딩스와 식품 제조와 판매를 맡는 (주)오리온(가칭)으로 인적분할키로 했다. 매일유업도 투자사업부문 매일홀딩스와 유가공사업부문인 매일유업으로 분할된다. 

이들 회사들은 이번 결정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고 책임 경영체제가 확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주가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품회사들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은 올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7월 샘표식품이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를 인적 분할키로 결정을 내렸고, 지난달 크라운제과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기업들 역시 지주사 전환 배경에 대해 경영 효율성 및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이유로 댔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오너 지배력을 높이고 경영 승계와 규제 강화 등을 대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오너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하면 지주사는 상장 회사의 2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 40%를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너들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아오는 현물출자나 3자배정 유상 증자 등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 규제 강화 전에 서두른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주식을 교환할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매각할 때까지 내지 않아도 않다. 최근 야당 일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제기하고 있어, 세제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내년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주회사 자산총계 요건은 내년 7월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된다.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하기 전에 선제적 대응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20대 국회 들어 야당은 회사 분할시 분할하는 회사가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 분할된 시설회사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발의된 법인세 및 상법 개정안은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중 자기주식에 대한 분할 신주 배정시 양도차익에 과세하도록 돼 있다”며 “이들 기업은 선제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자기주식을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야당의 국정 영향력 확대로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이같은 “식품 3사의 최대주주가 60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 윤영달 회장은 1945년생이다. 오리온의 오너 부부인 이화경 부회장은 1956년생이며 2대주주 담철곤 회장은 1955년생이다. 매일유업의 김정완 회장은 57년생, 샘표식품의 최대주주 박진선 사장은 50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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