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8월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손연재 선수 후원 협약식에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과 손연재 선수가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휠라’ 윤윤수 회장의 요즘 심기가 꽤나 불편할 듯하다. 회사 안팎에서 악재들이 겹치고 있어서다. 회사 실적은 뒷걸음질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심기일전 끝에 뉴욕 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아쿠쉬네트’의 상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중에 후원자를 자처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던 손연재 선수의 대중적 인기마저 추락하고 있어 윤 회장의 시름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 브랜드 리뉴얼, 자회사 상장에도 실적은 곤두박질

‘샐러리맨 신화’. 평범한 월급쟁이에서 출발해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사람을 두고 흔히들 이렇게 부른다.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1973년 해운공사(현 한진해운)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28년 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한국 법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2003년에는 이탈리아 본사마저 흡수하면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표본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성공가도를 달려오던 윤 회장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일단 회사 실적이 좋지 않다. 국내에서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실시한 브랜드 리뉴얼의 효과는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되레 브랜드 리뉴얼이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지난해 휠라코리아는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Made in Italy’ 휠라가 국내에 들어온 지 24년 만에 실시한 첫 변신이었다.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라는 컨셉에 맞춰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휠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68%. 올해 휠라코리아의 영업익 감소폭이다. 지난해 3분기 1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휠라코리아의 올해 3분기 영업익은 62억원으로 곤두박칠 쳤다. 매출도 시원치 않다. 올해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액은 1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10% 줄어들었다.

연간 전체 영업익도 내리막길이다. 2011년 548억원의 흑자 영업을 한 휠라코리아의 이듬해 영업익은 3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후 해마다 100억원 가까이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적자(-40억원)를 보게 됐다.

난국 돌파의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 카드도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휠라코리아는 골프용품 회사인 아쿠쉬네트를 미국 증권 시장에 상장시켰다. 업계에서는 휠라코리아가 5년 전 인수한 아쿠쉬네트의 미국 상장을 통해 그간의 부진을 털어낼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아쿠쉬네트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 고조됐던 지난달, 10만원 선을 바라보던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23일 현재 6만8000원선까지 떨어졌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의류업계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철수를 결정한 아웃도어제품의 남은 재고를 털어내는 데 상당한 비용이 투입됐다”며 “새롭게 겨냥한 20~30대 층에서 휠라 브랜드가 확실하게 자리 잡는 2~3년 후에는 내부 사정이 한결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 증권 시장의 경우 제약이 많다보니 진입 초기에는 효과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역시 일정기간 흐른 뒤에는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연아에 대항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고 싶었다”

윤 회장을 심란하게 하는 일은 또 있다. 손연재 선수다. 최근 국정농단 파문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는 손 선수를 바라보는 윤 회장의 심정은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서 윤 회장이 손연재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윤 회장은 손연재 선수가 체조계의 별로 떠오르기 전인 청소년 시절부터 물심양면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윤 회장과 손 선수의 공식적인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손 선수를 본 윤 회장은 “앳된 소녀였지만 무엇인가 하겠다”는 확고한 믿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3년간의 선수후원 후 2012년 휠라코리아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는 “김연아에 대항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고 싶었다”며 손 선수에 대한 애정을 과감 없이 드러냈다.

물론 대외적으로 휠라코리아와 손연재 선수의 인연은 끝났다. 2014년을 끝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손 선수는 더 이상 휠라의 얼굴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손 선수는 동종 의류 업계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인연의 끈 마저 놓은 건 아닐 것이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휠라의 모델을 손 선수로 알고 있는 건, 단순히 기업과 홍보 모델이라는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인간적 교감을 나눈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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