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오쇼핑이 해외시장 실적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CJ오쇼핑이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개 해외 법인 중 흑자 법인은 4개에 그쳤다. 해외 계열사 중 가장 매출액이 높은 상하이 동방CJ도 사실상 중국회사에 넘어갔다. 업계 최초 해외시장 진출 기업으로 각광받던 CJ오쇼핑의 초라한 성적표에 장기성장 모멘텀에는 물음표가 띄워졌다.

◇ 해외법인 ‘알짜’ 놓치고 ‘적자’만 수두룩

CJ오쇼핑은 지난 2003년 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상하이 ‘동방CJ’를 시작으로, 2009년 인도 ‘스타CJ’ 2011년 일본 ‘CJ프라임쇼핑’ 등 해외 시장의 바운더리를 넓혔다. 현재 9개국 11개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지난해 해외 시장 취급고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준수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해외 취급고는 2조원이지만 해외 매출은 6800억원, 순이익도 500억원에 불과했다. 10개가 넘는 법인 중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법인이 4개뿐인 탓이다. 중국 동방CJ, 중국 천천DJ, 베트남 SCJ, 필리핀 ACJ 등이다. 중국 남방CJ, 일본, 인도, 터키, 멕시코 등 절반이 넘는 해외 법인이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수익법인이다.

비우량 해외법인의 부진은 CJ오쇼핑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CJ오쇼핑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68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8%나 줄었다. 해외법인의 손상차산이 기업 재무재표에 손실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터키 MCJ와 중국 남방CJ의 올해 3분기 손상차손은 각각 116억원, 50억원에 달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동방 CJ홈쇼핑의 성공에도 인도, 터키 등 일부 국가 실적이 부진하다”며 “적자 폭이 가장 큰 인도는 영업개선이 없을 경우 내년부터 추가 증자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업부진이 계속되는 법인에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알짜’ 해외사업인 중국 동방CJ마저 중국 측에 뺏겨 고민은 깊어진다. CJ오쇼핑은 중국 측 요청으로 동방CJ 유상증자 때마다 번번이 제외됐다. 2012년에는 지분 11%를 CHS홀딩스에 50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CJ오쇼핑의 지분율은 초기 49%에서 지난해 3분기 15%까지 떨어진 상태다. 사실상 동방CJ를 통한 중국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 ‘구원투수’ 허민회 신임대표, 해외법인으로 승부수?

▲ CJ오쇼핑 허민회 신임대표.<뉴시스>
해외법인 적자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허민회 신임대표이사는 해외법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5월 선임과 동시에 법인 추가 설립을 통한 해외사업 강화 계획을 공개했다. 2020년까지 동남아와 남미, 중국에 4개 법인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허 대표는 “CJ오쇼핑은 세계 각국의 파트너사들이 홈쇼핑 사업을 구상할 때 최우선으로 제휴를 고려하는 홈쇼핑 한류의 선두주자”라며 “현재 40%인 해외 비중을 2020년까지 6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체브랜드(PB) 상품도 글로벌 사업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CJ오쇼핑은 현재 주방용품과 헬스용품에서 글로벌 PB 상품을 운영 중이다. 작년 판매액은 100억원 안팎이었다. 글로벌 PB 상품을 개발·확장하고 해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할 방침이다.

문제는 PB상품은 업황의 흥망성쇠에 따라 재고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CJ오쇼핑의 PB상품 재고자산은 2010년 226억원에서 2014년 816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작년에 615억원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4대 홈쇼핑 중 PB상품이 가장 많은 CJ오쇼핑에게 PB상품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해외시장 수요예측에 실패할 경우 PB 재고자산 처리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J오쇼핑은 유독 대표이사 경질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허민회 대표 선임 이전 두 명의 대표가 모두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섰다. 이번 허 대표 선임까지 1년 반 만에 총 세 차례나 바뀐 셈이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허 대표는 CJ푸드빌 대표와 CJ그룹 경영총괄,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 경영지원 총괄로 근무해온 전문경영인이다. 재무전무가이자 전략통으로 불리는 허 대표가 CJ오쇼핑 해외사업의 해결사로 나설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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