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국민체육진흥공단.<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최순실 블랙홀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전 차관의 체육계 농단 사태가 윤곽을 드러내며 체육공단도 연일 이름이 언급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스포츠토토 사업권 선정개입 배경이 최순실일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김종 전 차관의 추락과 함께 공단도 ‘최순실 라인’의 한 축으로 이름을 올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 체육공단, 스포츠토토 사업권 두고 수상한 행보

최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스포츠 농단이 업계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취임 3년 동안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 전 차관이 최순실 관련 전횡의 주체로 지목돼 자괴감마저 드는 분위기다. 김 전 차관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비 부당 강요 및 최씨에게 체육계 국정 현안을 보고한 혐의로 연일 검찰의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문체부 산하기관인 체육공단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종 전 차관은 체육공단 이창섭 이사장과 동문으로, 사실상 체육공단의 실세로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김 전 차관과 공단의 스포츠토토 이권개입설이 뒤늦게 터지며 공단이 최순실 이익 창출의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K스포츠, 미르재단, 대한승마협회 등 문체부가 담당하는 대부분의 기관은 최씨와의 커넥션 의혹을 받고 있다.

스포츠토토를 둘러싼 김 전 차관과 체육공단의 수상한 행보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육공단은 2014년 스포츠토토 입찰을 앞두고 케이토토의 사업권 획득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없던 기준까지 신설하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케이토토의 지위 박탈에 앞장섰다.

당시 케이토토 측은 기술제안서 금액보다 실제 최종가격제안서 금액을 651억 낮게 제출했다.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케이토토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공단은 두 금액의 차이가 5%를 초과할 경우 제한을 가하겠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케이토토를 우선협상대상자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케이토토가 사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으나 체육공단의 수상한 행보의 배경에는 이목이 쏠렸다.

◇ 빙상단에 지인 중용까지…최씨 이익창출 창구 전락

▲ 24일 검찰 향하는 김종 전 차관.<뉴시스>
사업권 획득 후 체육공단과 김 전 차관의 압박은 본색을 드러냈다. 케이토토 손준철 대표는 김 전 차관의 요청으로 스포츠산업협회 회장을 맡았다. 또 문체부 요청에 의해 스포츠토토빙상단도 창단해야 했다. 케이토토 측은 언론을 통해 “협회 회장을 맡으면 각종 포럼이나 학회 때 후원을 해야 한다”며 “빙상팀은 연간 40억 규모의 예산을 미리 집행해야 해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스포츠토토빙상단의 감독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 씨가 맡고 있다. 이씨는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와 오랜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세운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설립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월 설립된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는 장씨가 실질적 운영해온 곳으로, 이규혁 씨는 현재 동계영재스포츠센터의 전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케이토토 측에 최순실 씨 지인 중용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씨의 ‘찜질방 멤버’로 알려진 지인은 현재 케이토토스포츠단의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체육공단도 정기감사로 케이토토 압력 행사에 가세했다. 체육공단은 올해 7월 케이토토 정기감사 후 이의신청 접수 없이, 감사 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바로 제출했다. 체육공단 관계자는 “당시 다수 의원들의 감사 요청이 있어 감사를 진행한 후 바로 결과를 제출했다”며 “이의신청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공단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는 결국 스포츠토토를 체육공단 직영으로 변경하려는 사전포석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케이토토 내부 감사자료를 국회에 제출해 여야 의원들이 스포츠토토 운영을 공영화하도록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7월 국회에는 스포츠토토 공영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체육공단 관계자는 “정기 감사는 정당한 권한 집행으로, 스포츠토토 직영을 위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스포츠토토 직영화는 관련법 입안에 의해 정당하게 진행되는 것이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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