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넥슨이 올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봤다. 실적 면에선 훌륭한 성적표를 받고도 대내외적 악재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넥슨은 김정주 대표의 오너리스크에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등 각종 스캔들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도 줄줄이 부진이 이어지면서, 창사 이래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평이 주효하다.

◇ 실적은 좋은데… 오너리스크 ‘직격타’

넥슨은 올해 각종 악재 연발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매출은 1조5286억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으로 나타났다. 4분기 실적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2조 클럽’ 달성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올해 기업 대내외적 스캔들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게임업계로는 흔치 않은 오너리스크에 김정주 대표는 7월 말 넥슨그룹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넥슨 지주사인 NXC의 대표이자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의 ‘뇌물공여혐의’가 발단이 됐다.

이달 25일에는 김 대표가 검찰로부터 2년 6개월의 징역을 구형받았다.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혐의 관련 4차 공판에서 뇌물 공여 혐의를 전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넥슨재팬 주식과 제네시스 차량, 하와이 가족 여행경비 등을 포함해 진 전 검사장에게 9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다. 특히 차량은 넥슨홀딩스 명의로 리스했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감시의 눈은 작동하지 않았다.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에게 징역이 구형되면서 넥슨 ‘오너부재’가 가시화됐다. 넥슨은 일찍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포하고 현재 박지원 넥슨 대표가 경영일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없는 단독 대표체제는 처음이다. 당장 다음달 13일 선고공판에서 양형 조건에 따라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면 지주사 대표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경영 일선에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실질적인 운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고, 김 대표는 등기이사까지 사임해 경영에 손을 뗀지 오래일 것”이라며 “다만 창업주이자 ‘바람의 나라’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어낸 ‘김정주 없는 넥슨’은 앞으로의 개발역량에 있어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작 흥행부진 ‘러시’… ‘초심’ 승부수

넥슨의 고민은 기업 내부적으로도 이어진다. 올해 거액을 들여 만든 서든어택2가 선정성 논란 등으로 서비스 종료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여성 캐릭터의 과도한 노출에 게임 구동도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4년간 투자해온 100여명의 개발진과 300억원의 개발비가 약 한 달 만에 공중 분해됐다.

또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 목소리 더빙을 맡은 성우가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교체하는 사건이 있었다. 더빙본을 폐기하고 새 성우로 교체하면서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주요 신작들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기존의 효자 PC게임 몇몇이 해외서 실적 성장세를 견인해나가는 모양새다. 모바일 시장도 작년 출시한 RPG ‘히트’ 이후 성공작 가뭄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메이플스토리M’과 ‘삼국지 조조전’은 최고 매출 30위권 안에 발을 걸치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0위권 내에는 넥슨 게임이 전멸한 상태다.

넥슨이 택한 전략은 ‘물량공세’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에서 35종에 달하는 최다 신작을 공개했다. 박지원 넥슨 대표이사가 선택한 지스타 슬로건도 넥슨 창립초기와 같은 ‘라이프 비욘드’였다. 게임회사의 기본으로 돌아가 ‘초심’으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의미다. 콘텐츠의 힘으로 게임 외 악재로 인한 뒤숭숭한 분위기를 털어버리겠다는 넥슨에게 내년은 최대 승부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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