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야당은 탄핵단일안을 오는 8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9일 표결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2일 탄핵’에 제동을 걸었던 국민의당은 ‘5일 탄핵’ 카드를 접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의 ‘5일 탄핵안’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거론도 했지만, 지금 야3당의 공조를 위해서 두 당이 ‘9일 탄핵안’을 제시하면 내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당초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의사일정 변경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회의 일정이 없는 5일에 본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임시 본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국회법 제77조에 따르면 의원 2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회 의사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야당만으로도 임시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을 위해 비박계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굳이 비박계를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7일까지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선언’을 요구해놓은 상황인데 이틀을 못 참느냐”고 ‘5일 본회의’ 소집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어차피 비박계의 찬성표를 못 얻는다면 임시 본회의를 소집해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민심도 한몫 했다. 전날(1일) 국민의당의 ‘2일 탄핵’ 거부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국민의당 전북도당을 점거해 이튿날 오전까지 항의 농성을 벌였다. 30명 가까운 농성자들이 전북도당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밤샘 농성을 이어갔다. 전체 의원 38명 중 호남 지역 의원이 23명이나 되는 국민의당이지만, 이번 ‘2일 탄핵’ 거부로 호남 민심이 가장 먼저 돌아선 것이다.

소속 의원들에게 항의문자도 쏟아졌다. 이날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탄핵안 발의를 거부한 국민의당에 항의문자를 보내자”는 글과 함께 국민의당 의원들의 휴대전화번호 리스트가 올라왔다. 당직자들의 번호도 일부 유출됐다. 이들이 받은 문자에는 “경축!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아냥과 “탄핵안 발의 안 하시면 탈당하겠습니다”라는 협박성 문자 등도 있었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비대위 및 의원 연석회의에서 “아마 의원님들도 문자공세에 시달리셨을 것이다. 저도 수백 통의 문자를 받고 백퍼센트 답장했다”면서 “어젯밤에 지역에 갔다가 아침에 올라왔다. 광주전남 시민단체, 전북의 시민사회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국민의당을 비판하고 맹공했다”고 달라진 지역 민심을 전했다. 이어 “호남 민심이 싸늘하게 어제오늘 변했음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울러 5일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예정된 날이다. 5일 진행될 국정조사에서는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기획재정부·교육부 등 5개 기관의 2차 기관보고가 예정돼있다. 여론의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최순실 딸 정유라 관련 특혜 의혹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게 될 이 날에 탄핵 표결이 이뤄지면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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