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롯데마트 은평점 개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8일 화려하게 개점한 롯데마트 은평점 앞이 시끌시끌하다. 손님들의 발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신규점 앞에는 인근 소상공인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롯데마트가 ‘상생기금’이란 명목의 뒷돈을 대고 지역상권에 무혈 입성했다는 지적이다.

◇ 인근 소상공인도 몰랐던 ‘소상공인 발전기금’

8일 소상공인연합회의 기자회견이 열린 은평점 앞은 “롯데마트는 은평점 개점을 위해 사업조정을 종료하는 조건으로 소위 상인대표자들에게 8억원의 뒷돈을 지급했다”며 “상인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기어이 이렇게 화려한 개장에 나섰다”는 규탄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올해 초 롯데마트는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과 사업조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역상인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롯데마트 은평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측의 설명은 달랐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설명회 및 공청회, 설문조사 등은 뒤따르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협동조합끼리만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정작 지역 소상공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8억원의 뒷돈 거래가 있었고, 그 물밑협상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행방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대기업과 사업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단체에는 ‘자율조정’ 조항이 있다. 지역상권 보호의무를 대행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중앙회 관련단체에 속해야 한다.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은 이 관련단체에 포함돼 사업조정 역할을 전담할 수 있었다.

▲ 서울 서북권 지역밀착형 복합쇼핑몰 ‘롯데몰 은평’ <롯데마트 제공>
◇ ‘현금’은 안 되고, ‘현물’은 되고?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이 사업조정 절차는 길면 1~2년까지도 이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입점 및 개점을 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데 사업조정이 장기화되면 그만큼 매출 면에서 손해가 불어난다. 막대한 자금을 주면서라도 협회와의 사업조정을 빨리 마무리하길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은평점 사업조정과정에서 서울남북부수퍼마켓협동조합 측에 8억원의 상생자금을 지원한 것은 맞다”며 “당시 조합은 물류센터 적자개선에 쓰기 위한 현금을 바랐고, 합의가 안 되면 오픈을 못할 위기라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당시 중기청에 유권해석을 부탁해 “현금 지급은 불가하다”는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후 조합에 현금 대신 물류센터 시설개선 등을 제안했지만, 조합은 현금지급을 통한 합의를 유도했다는 것이 롯데마트의 주장이다. 중기청의 행정지도는 법적 강제력은 없기에 조합에서 이러한 법적 맹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유통사와 지역상인 간에 ‘상생기금’은 ‘대가성’ 뇌물로 악용될 우려가 크지만 관련 법망은 허술하다. 중기청의 사업조정단계에서 상생기금은 금지돼있지만, 지자체의 대규모 점포 등록단계에서 지역발전을 명목으로 오가는 상생기금 및 현물지원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있다.

상생기금 지급 후 사용처에 대한 점검주체도 모호하다. 지역상권과의 공생을 위해 탄생한 ‘상생기금’이 기업과 일부 조합의 사익추구에 훌륭한 빌미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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