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한솔제지의 왜곡된 여성관이 빈축을 사고 있다. 한솔제지는 최근 여성의 외모만을 강조하는 광고를 3년이나 해오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는 행태를 보였다. 여성 근로자의 임금도 남성 근로자보다 1500만원이상 낮게 지급하고 있다. 국내 제지업계 1위 한솔제지의 여성관이 근시대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 여직원 ‘비정규직’↑ ‘근속연수’↓ ‘임금’↓

국내 제지업계 1위 한솔제지 여성 직원의 업무환경이 남성보다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한솔제지의 여성 근로자 1인 평균 급여액은 2800만원에 그쳤다. 한솔제지에 근무하는 남성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4500만원이다. 약 1700만원의 임금격차가 나타났다.

한솔제지의 남녀 임금격차는 38%로, OECD 평균을 상회했다. 작년 OECD 국가의 남녀 임금격차 평균은 36.7%였다. 남성 근로자의 임금을 100%로 놓았을 때, 여성 근로자는 36.7%를 제외한 나머지 63.4%만 받는다는 의미다.

직원 수 및 근속연수에서도 차이는 심했다. 남성 근로자 총 778에 여성 근로자는 78명이 근로하고 있다. 성비의 불균형이 9대1 수준으로 높았다. 근속연수는 남성이 18년, 여성이 9년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사원비중도 여성 쪽이 훨씬 높다. 남성은 778명의 근로자 중 단 5명만이 기간제로 고용됐다. 전체의 0.64%에 그친 수준이다. 반면 여성은 전체 78명의 노동자 중 11명이 기간제 근로자다. 전체 여직원의 14.1%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이 중 1명은 단시간 근로자로 고용됐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남녀 직원이 각자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이 드러나 있지 않아 절대적 임금 차이만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여성 직원의 비정규직 고용비율이 남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이는 통상적으로 근속연수와 임금에서도 차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 인적 역량 강조하더니… 여성은 ‘꽃’?

▲ 한솔아트원제지가 3년간 집행한 광고.<한솔아트원제지 제공>
한솔제지는 앞서 여성의 성적인 면만을 강조한 광고를 집행하다 최근 삭제했다. 최근 한솔제지 계열사로 흡수 합병된 한솔아트원제지가 복사용지 ‘한솔카피’ 광고에서 여성비하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솔아트원제지는 이 광고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해오다 12월 흡수합병이후 중단했다.

문제의 광고에는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민소매에 금빛 반짝이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상반신이 등장한다. 복사지로 얼굴을 가린 여성의 이미지 좌측으로 ‘외모 지상주의’라는 카피가 흐른다. 이 외에도 한솔제지는 ‘대한민국 얼짱 복사지’ ‘복사지의 얼굴도 예뻐야 합니다’ 등의 카피를 사용했다. 여성을 장식적 요소로 여기는 남성의 왜곡된 성적 시각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의 주요계열사 여성임원도 오너일가의 이름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이인희 한솔 고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 등 2명뿐이다. 이 고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이자, 한솔제지의 분리 독립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창업주다. 조 부사장은 이 고문의 손녀다. 그룹 전체 여성 임원 중 오너일가의 배경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한솔제지는 1993년 한솔 환경헌장을 선포한 이후 ‘녹색경영 비전 202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경영 3단계 마스터플랜의 마지막 단계는 2020년까지 ‘인적 경쟁력 강화 및 잠재력 발취를 위해 갖춰야할 역량’이다. 인적 자원을 중요시하겠다는 한솔제지의 마스터플랜에 정작 여성 노동자의 자리는 없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와 관련 기자는 한솔제지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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