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진행 중인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 <현대차그룹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1950년 시작된 전쟁이 2016년이 되도록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남북한이 갈라선 뒤에 태어난 인구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한민족’이라는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희석됐다. 그만큼 통일은 더 멀고, 어려운 일이 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 및 안정이다. 남북한의 경제·사회·문화적 차이가 큰 가운데, 통일 이후 문제를 미리 도출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많은 시행착오와 환경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교훈으로 남은 것 중 하나는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이다. 경제적 자립 없이는 온전한 적응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범죄 혹은 범죄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 문화적 지원 등이 아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사단법인 피피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OK 셰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취업 및 창업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OK 셰프’에서 ‘OK’는 ‘원 코리아(One Korea)’를 의미한다.

‘OK 셰프’ 사업은 높은 성공의지와 기본역량을 갖춘 북한이탈주민 지원자 중 매년 20명을 선발해 요리, 고객응대, 취업 및 창업 관련 기초 교육은 물론 실제 식당으로 운영되는 교육장에서 직접 서빙, 요리, 자재 구매 등 매장관리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러한 현장 실습 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부족한 팀워크, 한국 사회 적응력, 고객응대 능력 등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돼 기존 공공기관에서 진행된 온 북한이탈주민 기초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14일은 이 사업의 첫 성과가 빛을 봤다.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첫 음식점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개업한 것이다.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1호 창업매장의 대표 이성진(26) 씨는 15살이던 2005년 한국으로 건너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경기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해 지인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이성진 씨는 SNS에 올라온 ‘OK 셰프’ 모집 광고를 보고 참여, 교육 과정을 우수하게 수료하고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이날 개업식에는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물론 박광식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사단법인 피피엘 김동호 이사장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성진 씨는 “먹을 것이 없어 어린 나이에 죽은 동생의 영전에라도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어 요리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현대자동차그룹과 주변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도움을 받은 만큼 다름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꼭 성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과 다르게 종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북한이탈주민의 자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앞으로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OK 셰프’ 1기는 선발인원 20명 중 15명이 교육을 수료했으며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2호점 개업도 앞두고 있다. 나머지 중 8명은 취업에 성공했고, 5명은 취업 또는 창업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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