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롯데월드타워의 공식 개장이 성큼 다가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제2롯데월드타워의 개장이 임박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시국 등 화려한 개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고난의 2016년을 보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축포를 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타워 전체 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미 사용 중인 저층부에 더해 123층까지 건물 전체 사용승인 신청을 낸 것이다.

서울시는 각종 안전대책을 물론 교통, 에너지 등 제반사항 전반을 철저히 점검한 뒤 승인을 허가할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도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에 정확한 시일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반적인 건물의 경우 한 달 정도 소요되지만, 건물 규모가 크고 서울시 입장에서도 더 꼼꼼히 살필 수밖에 없어 최소 두 달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년 3~4월 쯤 개장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오랜 숙원 이룬 ‘경사’… 깊어지는 고민

문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이 건물의 ‘축포’를 언제 쏘는 게 가장 적절하냐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제2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이었다. 롯데그룹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영광의 상징이자, 미래를 향한 비전을 의미한다. 또 세계적인 규모의 랜드마크를 갖게 된 서울시와 대한민국에게도 경사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분위기는 ‘축포’와 썩 어울리지 않는다. 먼저 현재 우리 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격랑에 휩싸여있다. 대통령은 탄핵된 상태다. 특히 국민들의 분노와 상심이 크다.

롯데그룹 역시 이번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돼있다. 물론 롯데그룹의 경우 거액의 자금을 돌려받고,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받은 터라 삼성 등에 비해 한결 상황이 낫다. 그러나 면세점 특혜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 사이의 뇌물죄 성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롯데그룹도 그 중심에 서 있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각종 비리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은 이미 구속 수감돼있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 대부분이 기소됐다.

이렇듯 시국은 물론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제2롯데월드타워의 화려한 개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뿐만 아니다. 최근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적폐인 ‘정경유착’을 다시금 그러낸 사건이었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경유착을 엄단하고,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런데 이 ‘정경유착’의 측면에서도 제2롯데월드타워는 자유롭지 못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제2롯데월드타워는 오랜 세월 허가 문제를 넘지 못하고 표류했으나, 이명박 정권 들어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성남 서울공항 항로를 변경하는 등 초유의 특혜를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정경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그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즉, 자칫 섣불리 개장에 나섰다가 정경유착 퇴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 모두 납작 엎드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최대한 조용히 있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타워의 경우 비용 측면에서 공식 개장을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적절한 시기에 비교적 조촐하게 개장 행사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년이 한국 롯데 50주년이다. 원래는 제2롯데월드개장과 50주년을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부분들을 반영하되, 기념비적인 건물을 최대한 축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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