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 함께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누리당이 사실상 분당 국면에 접어들었다. 비박계는 ‘유승민 전권 비대위원장’안이 친박계에 의해 사실상 거절됐다고 보고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분당은 이미 기정사실이고, 몇 명의 현역의원들이 따라나설지가 신당의 성공관건으로 보인다.

분당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다. 김무성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탈당을 예고한 바 있다. 원내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계가 비대위원장 마저 비박계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이제 탈당을 위한 명분은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이르면 이번 주에 분당 움직임 가시화

20일 심재철 국회부의장 주재로 모인 오찬에서는 이 같은 뜻이 분명히 드러났다. 오찬 직후 황영철 의원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유승민 비대위원장 추천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뜻을 모아서 행동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국회부의장, 강석호·권성동·김성태·김세연·주호영·홍문표 의원 등 비박계 의원 15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1일 회의를 열고 분당에 대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수 의원들의 뜻을 모아 탈당의 원심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황영철 의원은 “오늘 오찬에서는 탈당에 대한 입장을 모으자는 것으로 결정됐다. 탈당을 하려면 함께할 의원들의 명단을 취합해야 한다”며 “(21일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당시기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이번 주 안”이라고 못 박았다.

◇ ‘원내 3당’이 신당목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분당이 다단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1차로 비박계 의원 일부가 탈당을 하고, 그 원심력에 따라 연쇄탈당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체 탈당규모는 1차 탈당명단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성공 분수령으로는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이 제시되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명단을 구체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20명 이상은 분명히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내교섭단체를 넘어 신당이 원내 3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열쇠는 유승민 의원이 쥐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가 함께 신당창당에 나설 경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국민의당(38석)을 넘는 의석수를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유 의원과 김 전 대표의 의중이 완전히 합치돼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당 쇄신과 탈당을 놓고 그간 두 사람의 입장에 온도차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탈당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의원들 각자 나름대로 분당이나 탈당 문제 고민이 굉장히 깊은 상태”라면서 “오늘부터 동료의원들과 충분히 같이 대화하고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대표와)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며 일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황영철 의원도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으로 아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유 의원도 (탈당명단에)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유 의원이 빠진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모두들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다음의 큰 세력이 되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부터 원내교섭단체 정도면 된다는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며 “탈당이 아니라 지금 남아 있는 새누리당은 공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모습의 분당이 맞다. 그러려면 원내교섭단체는 반드시 이뤄야 하고, 유승민 의원이 함께 탈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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