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탈당을 공식화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이어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들은 신당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계획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야말로 보수의 위기다. 친박-비박으로 갈라진 여권의 양대 계파가 오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오다 ‘최순실 유탄’으로 결별을 맞았다. 헌정 사상 첫 보수정당의 분당 사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훨씬 뛰어넘는 비박계 30여명이 오는 27일 집단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예고한 만큼 국회는 4당 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로써 거취를 둘러싼 여권 잠룡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두 동강이 난 친박당과 비박당 그리고 제3지대 출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불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변수다. 순탄치 않은 대선 가도다.

◇ “김문수 빼고 다 모인다”… 신당으로 옷 갈아입는 여권 잠룡들

결국 잠룡들의 선택은 ‘탈당’이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촛불민심으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와 집권여당에 대한 분노는 당의 존립을 위협했다. 해체 수준에 달하는 당 쇄신으로 등 돌린 민심을 되찾아야 하지만 계파 갈등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대선을 코앞에 둔 잠룡들로선 주홍글씨가 된 친박과의 단절이 도리어 대선 행보에 좀 더 용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친박 후보로 거론돼온 반기문 총장이 “국민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친박계에 선을 그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내 첫 테이프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끊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해온 그는 해당행위로 역공을 받자 지난달 22일 당을 떠났다. “정당다움을 잃어버린 새누리당으로는 미래비전을 담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시만 해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탈당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일단 당에 남아서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원내대표 경선 결과 때문이었다. 친박이 승리하면서 당권을 다시 장악한 것. 유승민 의원이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요구하며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거부당했다. 그는 지난 21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치운영을 해보고자 끝까지 노력했으나 새누리당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국민들께서 다시 마음을 둘 수 있고, 자식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보수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대표도 함께였다.

▲ 오세훈 전 시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한 여권 내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역시 “친박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절벽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탈당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탈당으로 기운 모양새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은 “친박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절벽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당에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할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박계가 탈당 결행을 예고한 오는 27일 이전까지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지구당을 이끌어온 고문단 및 핵심 당직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후문이다.

반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잔류를 택했다. “탈당 보다는 혁신의 길을 택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격렬하게 싸울 각오다. 실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을 지적하는 한편 친박계 핵심 세력에 대해 “출당을 포함한 2선 후퇴와 징계 차원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박계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당 혁신을 통해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확대해나갈 방침으로 읽힌다. 즉, 김문수 전 지사를 제외한 여권 잠룡들은 보수신당으로 헤쳐모이는 셈이다. 신당 내 대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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