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단행된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기행 SK건설 신임 부회장. < SK건설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SK건설의 투톱 체제가 막을 내렸다. 4년여 만에 단독 체제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시평 9위 SK건설을 이끌어갈 원톱 사령탑은 조기행 신임 부회장. ‘재무통’인 조 부회장이 이끌 SK건설의 앞날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경영진 3인방 승진… SK건설의 ‘약진’

SK그룹이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21일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2017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SK그룹은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를 신임 경영진으로 과감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총 164명(승진 61명·신규선임103명)의 승진이 이뤄진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SK건설의 약진이다. 2명의 부회장 승진자 가운데 한 명이 SK건설(조기행 사장)에서 나왔다. 또 그룹 컨트롤 타워인 수펙스 멤버(최광철 사장)와 계열사 CEO(황의균 부사장) 등 요직을 꿰찼다.

조 부회장의 승진으로 SK건설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노베이션과 함께 ‘부회장 급 계열사’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한 SK건설의 직원은 “경영진들의 승진과 관련해 회사 내부적으로 큰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면서 “CEO의 격이 올라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이 커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SK건설은 조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4년 9개월여 만의 복귀다. 2012년 3월 SK건설은 각자 대표 체제로 변신을 시도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시 조 사장이 재무와 경영기획 그리고 사업지원 등 안살림을, 최 사장이 글로벌마케팅과 인프라 사업 등 바깥살림을 도맡았다.

조 부회장은 회사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조 부회장 아래서의 SK건설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2013년 4905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던 SK건설은 이듬해 흑자 전환(409억원)에 성공했다.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44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3분기에 이미 1922억원의 영업익을 올렸다.

재무 전문가가 경영 전반을 도맡게 된 만큼, SK건설의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그룹은 “SK건설의 체질을 개선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조 부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승진인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 ‘재무통’ CEO 단독 체제… 추가 구조조정 청신호?

조 부회장의 승진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이 예상된다. 복수의 대표가 조율을 맞춰야 하는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면서, 주요 사업들에 대한 결정이 보다 순조로워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구조조정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통 기업에서는 ‘재무통 CEO=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어서다. 실제 SK건설은 회사의 몸집을 줄이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5876여명이던 이 회사의 총 직원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SK건설의 직원 수는 총 5389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해서 SK건설은 선을 긋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조 부회장의 승진과 구조조정을 연결하는 건 무리가 있는 해석”이라며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에서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신임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선경에 입사했다. 2000년 SK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구조 개선팀장을 거쳐 SK 투자회사 관리실, SK에너지 경영지원부문장, SK네트웍스 경영서비스 사장 등 그룹의 재무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SK텔레콤 GMS CIC사장을 거쳐 그는 2011년 SK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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