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유엔 총회에서 임기 마지막 연설을 한 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유엔본부=AP/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31일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각국 지도자들의 평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반 총장의 임기 10년 평가는 ‘사회적 약자를 재조명했다’는 게 주를 이루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9월 열린 제71회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반기문 총장의 임기 10년을 “반기문 총장은 통합의 동력을 가지고 근면성실하게 일했다”며 “지난 10년 인권보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견실하게 해왔다”고 평가했다.

아일랜드의 첫 여성대통령인 메리 로빈슨 대통령도 “(반 총장은) 우리의 무관심 속에 잊혀질 수도 있던 고아와 피난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재조명받고 보호받을 수 있게 이끌어줬다”고 밝한 바 있다.

‘인권보호’는 유엔의 주 목적 중 하나다. 유엔헌장 제1조 3항에 따르면, ‘인권에 대한 존중을 장려하고 강화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달성한다’라며 인권을 중요시하고 있다.

반 총장 스스로도 자신이 인권에 노력했음을 자평했다. 반 총장은 지난 12일 미국 유엔총회에서 고별연설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초점을 맞췄고, 힘없고 뒤처진 사람들의 편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면 미래 세대는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려고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수의 외교계 관계자들은 유엔 사무총장직을 ‘독이 든 성배’로 평가하고 있다. 유엔은 분쟁 중인 지역 및 강대국들의 승인이 있는 사안에만 효력을 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된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10년 간 임기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작별인사를 하러 온 반 총장에게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 정치는 야구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많아서 타율이 3할 정도면 강타자”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곧 고국으로 돌아오는 반 총장을 향한 국내 반응은 해외와 사뭇 다르다. 야권은 반 총장이 친박계의 대선주자인 점을 거론하는 등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반 총장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친박의 ‘반기문 대망론’으로 부패한 기득권 연장에 손들어주면서 의기양양하던 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반 총장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사를 용의가 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표명한 것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정치권은 야권의 ‘반기문 때리기’를 놓고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제 타격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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