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엔쓰리가 경영권 내홍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이엔쓰리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국내 1위 소방차 제조회사 ‘이엔쓰리’가 경영권 내홍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정영우 대표이사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측은 회사에서 해임된 이사들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등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주주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 경영진 3번 교체… 이사진과 자리다툼

이엔쓰리의 경영권이 ‘풍전등화’에 놓였다. 3달 안에 대표이사 자리에 변동이 3번이나 단행됐다. 10월 대표이사가 기존 정영우 씨에서 김병수 씨로 변경됐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변경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회사는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권 분쟁에 따른 사실 등이 있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된 김병수 씨는 이엔쓰리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이후 본격 경영에 돌입하기도 전에, 한 달 만인 11월 4일 다시 김병수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정영우 씨가 대표이사직 재탈환에 성공했다. 이후 11일 이사회에서 이엔쓰리 최대주주 림테크의 문제성 씨를 대표이사로 다시 올렸다. 최종적으로 이엔쓰리의 대표이사는 정영우 씨에서 정영우·문제성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 상태다.

경영권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동안 정영우 대표이사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또다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10월 20일 임시 사내이사 이준이 정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정 대표가 언론 홍보비 명목으로 사용한 2000만원과 자회사 대여 및 출자 명목의 3억원, 임차보증금 2억원 등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은 올해 4월 이준·한윤석 사내이사와 이효원 사외이사를 정 대표가 사임 처리하면서 촉발됐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정 대표가 최대주주인 림테크를 통해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납입이 수차례 지연됐다. 당시 3명의 이사가 유증 과정에서 납입가 변경과 납입일 연장에 반대하면서 정 대표는 이들을 사임 처리했다.

이준 외 2인은 즉각 반발해 수원지방법원에 이사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이엔쓰리는 다시 이의를 제기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이후 대표이사와 이사들 간의 자리다툼으로 사안이 비화되면서 경영 일선에 혼란이 빚어졌다.

◇ 소송전 일단락… 경영일선 혼란 ‘여전히’

26일 법원은 정영우 대표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선 7월 이준 사내이사는 경영권 분쟁 소송과 관련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과 대표이사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이 정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은 한동안 소강상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22일 이엔쓰리가 김병수 사내이사의 사임에 따라 이사직무 집행정지 등 소송을 취하한 것도 화해모드에 청신호를 켰다.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됐지만 경영 일선에는 여전히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법적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2일 이엔쓰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대표이사 횡령 및 배임 등에 따른 피소 사실을 적시에 공시하지 않은 것이 사유가 됐다. 23일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7점의 벌점까지 부과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달 21일에는 회사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피소를 당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16일 소송 결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서 유상증자를 철회키로 한 것이다. 이엔쓰리는 앞서 5월에도 주주들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정영우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점도 고민으로 남는다. 이엔쓰리 관계자는 “정영우 대표 피소와 관련해 회사에서는 피해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회계법인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수사 진행사항이 확정되는 대로 3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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