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그레 '2016 사무여직원 모집' 공고.<빙그레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빙그레의 구시대적 여성채용 공고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빙그레 공식 홈페이지 내 ‘채용공고’에 등재된 채용공고가 문제가 됐다. 사무를 담당할 ‘여직원’을 뽑는다며 성별을 특정한 구시대적 공고에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 행정직 뽑으면서 ‘밝은 미소의 여직원?’

빙그레는 이달 22일 ‘2016 사무여직원 모집’이라는 구인 공고를 냈다. 빙그레를 이끌어 갈 ‘사무여직원’을 모집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공고와 함께 올라온 이미지 컷에는 단정한 복장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구직자의 얼굴이 눈에 띈다.

해당 공고를 클릭하자 최상단에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밝은 미소의 메신저!’라는 문구가 뜬다. 서비스직 공고에 어울릴법한 문구지만, 빙그레가 뽑는 직군은 ‘관리부문’이다. 주요업무는 생산실적 입력 및 자재입출고 관리다. 전산시스템을 관리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맡는다. 고졸에 기본 OA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인력이면 도전할 수 있다.

이어 ‘대리점과는 달리 본사에서 운영하는 직영 영업소 입니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문제는 사무행정직 사원을 뽑으면서 ‘여성’이라는 특정 성별을 지칭한 점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리나 기초 사무직은 아직도 커피 등 손님대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이런 업무를 담당할 직원은 ‘여성’이라는 왜곡된 성의식이 저변이 깔린 것 같아 불쾌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모집·채용에 있어 ‘성별’에 따라 고용기회를 주지 않거나, ‘연령’의 제한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남녀차별’로 규정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7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 타 구직사이트에는 ‘담당자 모집’… ‘꼼수공고’ 논란

▲ 빙그레 '2016 사무여직원 모집' 공고가 '사무행정 업무 담당자 모집'으로 변경됐다.<잡코리아 캡처>
빙그레는 본사 홈페이지에 ‘사무여직원’을 크게 명시한 공고를 내고, 타 구직사이트에는 이를 숨겼다. 대표적 구직사이트인 잡코리아에는 같은 구인공고가 ‘사무행정 업무 담당자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다. 지원자격란에도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잡코리아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구인사이트는 자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공고내용을 관리한다. 위법사항이 없는지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성별 등에 따른 차별 공고를 올리기 힘들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성별이나 나이 등을 특정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내부 지침으로도 정해져있다”며 “잡코리아는 성별이나 나이와 관련한 설정항목을 아예 두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공고 또한 클릭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세요강’란에 ‘2016 사무여직원 모집’이라는 문구가 또 다시 발견된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간혹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구 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며 “운영팀이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의 공고를 발견하면 기업과 상의 후 사후 수정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사시스템에는 ‘과거 학력이나 연공, 서열 중심의 평가 및 임금지급의 틀에서 탈피’ ‘개인의 역량과 발휘된 성과에 따라 공정한 처우’ 등 차별철폐를 주창하는 문구가 보인다. 해당 문구가 그저 ‘구호’에만 그치게 되면서, 빙그레를 바라보는 구직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내부팀에 문의한 결과, 공고를 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특정 성별을 염두에 둔 채용이 아니고, 단순 해프닝이다”라고 밝혔다. 취재가 시작되자 빙그레는 해당 공고를 ‘2016 사무직원 모집’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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