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계 핵심들의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사실상 친박당으로 낙인찍힌 새누리당의 개혁을 위한 첫 번째 카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하루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만장일치로 추인된 29일 그의 혁신 의지를 높이 샀다. 핵심으로 분류되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의 뜻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다음날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꺼내든 당 개혁을 위한 첫 번째 카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바로 친박계를 겨냥한 인적청산이었기 때문이다. 2선 후퇴나 백의종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탈당 선언을 촉구했다.

◇ 인명진 ‘사퇴’ 배수진 vs 친박계 ‘전국위 무산’ 엄포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철저한 반성을 통해 백의종군하는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분들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원직) 사퇴는 안 된다고 하니 탈당을 선언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상은 세 부류로 나뉜다. 박근혜 정부 4년간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사람, 4·13 총선에서 과반도 안 되는 당으로 전락시킨 데 책임이 있는 사람, 상식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대상자를 밝히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포함된다고 귀띔했을 뿐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누구인지는 본인들과 국민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자진 탈당 요구에 친박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으로 불편한 속내를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비박계 집단 탈당에 이어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뉴시스>
사실상 비박계가 지목한 ‘친박 8적’이 제일 첫손에 꼽힌다.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홍문종·조원진·이정현·윤상현·이장우·김진태 의원이다. 이중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을 밝혔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에게는 꼼수로 읽혔다. 그는 “2선 후퇴는 1선에 있다가 물러난다는 것이다. 그 분들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였는데 어디로 물러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자진 탈당의 기한은 1월6일까지다. 의견을 취합해 1월8일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엔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거취도 포함됐다. “인적청산이 없으면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에서 청산 대상이 탈당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선전포고에 친박계는 ‘황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백의종군을 밝힌 상황에서 당까지 떠나라고 한 데 대한 불만이 컸다. 결국 당을 또 깰 수 있다는데 우려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도껏 해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처음부터 당을 흔들면 비대위원회 구성을 위한 ‘상임 전국위원회 개최가 어렵다’는 엄포가 나왔다.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원 영입을 제안한 대다수 인사들이 고사하면서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그에게 선제적 인적청산은 비대위원 참여를 설득할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비박계가 무더위로 당을 떠나면서 사실상 ‘친박당’으로 낙인이 찍힌 만큼 골수 친박을 도려내지 않으면 개혁이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면서 “그럴듯한 구호와 화려한 말, 번지르르한 정책으론 개혁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