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상포진으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계의 반발을 산 인적청산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속병’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끙끙 앓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인적청산’ 방침을 발표하기 전부터 불면증과 식욕부진에 시달려온 그는 결국 새해 첫날 당 지도부의 현충원 참배에 불참할 수밖에 없을 만큼 기력이 쇠해졌다. 공식 병명은 대상포진이다.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안팎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쉬쉬하면서도 ‘속병’이 아니겠느냐는 뒷말이 많다. 당의 구원투수가 되고 싶었으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사실상 인적청산 대상에 오른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홍문종·조원진·윤상현 의원 등이 1일 밤 시내 모처에서 만나 2선 후퇴로 책임을 지되 자진 탈당은 거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너무했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최경환 의원은 “차라리 나를 죽여라”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오는 8일 후속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인명진 비대위원장으로선 시름이 깊어졌다.

◇ 인적청산 실패 예상, 반기문 영입 가능성 희박해져

최악의 경우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사퇴할 수도 있다. “인적청산이 없으면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각오한 그는 예고된 기자간담회에서 인적청산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가 몸져누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앞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친박계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지자 자진 탈당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경고 및 사회봉사 등으로 징계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오락가락한 그의 발언은 도마 위에 올랐다. 친박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으로선 억울한 상황이다. 가족들은 그가 고령(71세)의 나이로 난파선에 뛰어드는 데 반대가 심했다. 뿐만 아니다. 자신이 초석을 놓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으로부터 영구 제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평생의 명예를 다 잃었다”고 말할 만큼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지만, ‘당의 해체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그러나 해체 수순을 막아내기 어렵게 됐다. 친박계와 힘겨루기에서 밀렸고, 비박계의 추가 탈당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자진 탈당 권유에 대해 거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로써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비박계의 추가 탈당을 막을 명분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할 방책도 잃게 됐다. <뉴시스>
비극적 전망은 계속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대거 탈당한 만큼 반기문 전 총장의 영입 여부는 새누리당의 존폐를 가늠할 척도였다. 반기문 전 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움으로써 불임정당 오명에서 벗어나고, 연쇄 탈당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됐던 것. 하지만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제3지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친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과는 선을 긋고 있어 현 상황으로는 난제를 극복할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기대할 만한 것은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 결심에 따른 분위기 전환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막고, 친박계의 반발을 잠재울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중재에 나섰다. 그는 친박계 인적청산에 대해 “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일 뿐 “그 사람들을 다 탈당하라거나,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 “다른 의원들도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상담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한 보 후퇴할 길을 열어준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