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이 인적청산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비박계가 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데드라인을 6일로 설정하고 ‘책임 있는 자는 알아서 탈당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늑대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 셈이다.

서청원 의원 등 친박핵심은 ‘결사항전’을 택하는 모양새다. 벼랑 끝에 몰린 친박계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인 위원장이 당초 맺었던 약속을 깨고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 공세의 포인트를 잡았다.

서청원 의원은 전날 당 소속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을 통해 “인적청산에 대해 ‘지금 누가 누구를 청산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되죠’라고 확실히 말했다. 성직자로서 한 말이기에 믿음을 가졌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중진의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모시는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즉 ‘인위적인 인적청산은 없다’는 전제로 인 목사를 위원장으로 세웠는데, 이 같은 신뢰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례하다”고 맞섰다. ‘독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들도 사람 만나고 여론을 볼 텐데 스스로 결정해 책임을 지라는 게 독선이냐”고 반박했다.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오히려 친박이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고 있느냐. 일본 같았으면 할복한다”고도 말했다.

친박핵심들과 인 위원장의 대립으로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자, 당은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6일 경에는 심재철 국회부의장, 박순자 의원 등 개혁보수신당행을 위한 2차 추가탈당이 예고돼 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의원이 탈당행렬에 가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중진급과 충청권 의원들 일부도 사실상 탈당을 예약한 상태다. 이들은 반기문 총장이 귀국한 뒤 함께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개혁보수신당으로의 분당과 탈당 예약 등으로 당 내 중진그룹이 붕괴된 가운데, 친박계의 일사분란한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유기준 의원 등은 ‘인적청산’에 대해 인 위원장과 같은 입장에 섰고, 재선의원들의 이탈도 감지된다.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없이 탈당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수석전문위원 등 새누리당 당직자 1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더해지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3불 정당'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원들끼리 서로 신뢰하지 않고(불신) 소통하지 않아(불통) 향후 새누리당이 당으로 남아있을지 모른다(불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새누리당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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