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건설사 요진건설이 시공한 '일산백석 Y-CITY' 공사 현장 모습. <네이버 거리뷰 캡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 지역의 대형 개발사업을 두고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A시와 B건설사. 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해 우호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던 A시와 B건설사는 어느 날 ‘동지’에서 ‘적’이 됐다.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의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것. A시는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B건설사를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사업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이로부터 몇 달 후, 지역에서는 의아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업이 B건설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아직 1심 판결이 채 나오기도 전이었다. 지역에서는 앞에서는 지역을 위하는 양 행동하던 A시가 뒤에서는 B건설사에게 특혜를 준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밀실특혜 의혹에 휘말린 경기도 고양시와 중견건설기업 요진건설의 얘기다.

◇ 기부채납 업무시설 ‘2만평’ VS ‘8500평’… 10년째 ‘으르렁’

고양시와 요진건설의 만남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요진건설은 일산 백석역 인근의 토지 11만1013㎡를 사들였다. 본래 출판단지 터였으나, 파주에 출판물 센터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노는 땅’이 된 부지를 개발목적으로 구매한 것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구매했지만 땅 주인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용도변경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주상복합아파트(일산 요진와이시티)를 짓겠다는 건설사의 주장이 지역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 또한 난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려 하자 시가 건설사에 특혜를 준다는 의심 섞인 눈초리가 쏟아졌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었다. 2007년 대다수가 수긍할만한 대안이 급부상했다. ‘기부채납’ 방식이었다. 개발사업자의 수익성과 지자체의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이었다. 요진건설은 전체 면적 가운데 49.2%(약 5만4600㎡)를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약했다.

문제는 ‘디테일’에서 불거졌다. 기부채납의 구체적인 방식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기부채납 방식을 ‘토지’와 ‘업무시설’로 양분하기로 했는데, 후자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토지는 전체 면적의 33.9%(약 3만7600㎡)를 그대로 기부채납하기로 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업무시설 규모를 두고서는 입장을 달리했다. 기부채납하기로 한 면적의 15.3%(약 1만7000㎡)의 땅값을 계산해 업무시설을 짓기로 했는데, 시와 건설사의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고양시는 1㎡ 당 750만원의 가격을 제시한 반면, 요진건설은 310만원을 주장했다. 이 경우 건설사가 시에 기부채납하는 업무시설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시의 기준을 따를 경우 1200억원에 해당하는 ‘2만평’ 규모를, 건설사 기준에 따르면 526억원에 해당하는 ‘8500평’ 규모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는 시와 건설사가 각각 개발 전후의 토지 가격을 적용해서 빚어진 차이였다.

◇ “시-건설사 비공개 협약 맺어”… 고양시 “사실 무근”

시와 건설사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기부채납을 둘러싼 지자체와 개발사업자의 갈등은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지난해 5월 고양시는 요진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고양시와 요진건설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이로부터 5개월 뒤, 상황이 급변했다. 법정에서 공방을 펼치던 고양시와 요진건설 사이에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그간 송사 문제로 뒷전으로 밀려났던 ‘일산 요진와이시티’의 준공 허가가 내려진 것이다. 기부채납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들어선 요진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기존 예정일을 4달 가까이 넘긴 끝에 입주허가가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두고 10년 가까이 대립각을 보인 시가 결국엔 건설사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기부채납에서도 시가 건설사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일었다.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지난 5일 한 일간지는 “(고양시와 요진건설이) 기부채납 하기로 한 업무빌딩의 건축규모를 3만3000여㎡(1만평)로 착공하는 비공개 협약을 맺었다”며 밀실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보도대로라면 소송 중인 고양시가 사실상 요진건설이 주장(8500평)을 받아들인 셈이 된다.

이와 관련 고양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9월 합의서를 체결한 건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입주가 지연돼 고통 받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의 아파트 입주 허가를 내려준다는 내용이었다”며 “시는 여전히 기부채납하는 업무시설의 규모는 2만평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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