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호 씨가 이모 최순실 씨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 증거물이 될 ‘제2의 태블릿PC’를 박영수 특검팀에 제출했다. 초등생 아들을 둔 그는 ‘아들을 영영 못 보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특검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으로 선처를 호소할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반전이다. 최순실 씨를 옥죌 ‘제2의 태블릿PC’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를 건넨 사람이 다름 아닌 그의 조카 장시호 씨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다. 10일 장씨의 대리인 이지훈 변호사에 따르면, 장씨는 아무 조건 없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태블릿PC를 제출했다.

물론 설득의 과정도 있었다. 이지훈 변호사는 장씨에게 “특검과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선처를 원한다면 협상하기보다 수사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장씨는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의미로 태블릿PC를 제출한다는데 동의했다. 특검팀의 요청을 받은 지 하루 만이다.

앞서 장씨는 지난해 10월 최씨의 자택에서 물건을 옮기는 모습이 CCTV(폐쇄회로) 화면에 찍혔다. 당시 어떤 물건을 가지고 나왔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으나, 특검팀 조사를 받으면서 “태블릿PC가 하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는 게 이지훈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장씨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가 이모인 최씨를 등지면서까지 결정적 증거를 내놓은 것은 모성애 때문으로 보인다. 구속 이후 아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장씨는 조사 과정에서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며 “보고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이혼한 뒤 혼자서 초등생 아들을 키워왔다. 일각에선 장씨가 해외로 도피하지 않은 것도 아들 곁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모성애는 장씨와 사뭇 달랐다. 정씨는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이후 모든 혐의를 모친에게 돌린 뒤 “2살배기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불구속 수사를 하면 자진귀국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국에 가서 구속되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호소는 진정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실제 정씨는 조건부 자진 귀국 의사를 접고 구금 연장을 결정한 덴마크 법원에 항소하는 등 맞대응 방침으로 돌아섰다. 송환결정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1년여간의 시간을 더 벌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아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는 지난 6일 체포된 지 5일 만에 아들과 첫 면회를 가졌다. 이날 이후 심경의 변화가 생겨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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