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등 주요 증인들이 국감에 불참했지만,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받아낸 것도 성과다. 또 미르·K스포츠 재단에 지원한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장에 선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그동안 재벌총수들은 좀처럼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의 경영’을 해 왔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언변을 확인한 점도 이슈였다. 그동안 경영인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자질을 검증할 무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문회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낮은 자세로 답변은 했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청문회를 통해 이 부회장의 답변을 들은 시민들은 “과연 이 부회장이 거대그룹 삼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최순실 청문회에서 하이라이트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 질문을 17번 한 장면이었다. 이용주 의원은 9일 청문회에서 조윤선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17번이나 반복해서 물어 화제를 낳았다. 당시 이 의원이 “블랙리스트가 존재 합니까”라고 묻자 조 장관은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했다. 이에 이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존재 했는지 여부만 말하라”며 17번이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에 조 장관도 “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예술인 지원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존재를 시인한 셈이다.
이 후 이 의원은 일약 최순실 청문회 스타로 부상했다. 검사 출신답운 날카로운 질문에 국민들은 찬사를 보냈고, 후원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이번 청문회 스타 중 한명이다. “독일에 있던 최순실이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 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라며 비꼰 듯 질의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핵심 증인인 최순실이 없는 ‘최순실 청문회’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청문회가 회자될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의 청문회장 출석과 이용주·김경진 의원 등의 날선 질문 때문이었다.
최찬식 기자
leehoo11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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