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일 귀국하는 반기문 전 총장이 정치권과 선을 긋고 '민심탐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일정이 발표됐다. 핵심은 ‘민심탐방’이다. 서민과 청년 등 취약계층의 삶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정치권과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 후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와 회동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반기문 전 총장 측은 “설 전까지 정치적 행보는 없다”고 확정했다.

반 전 총장이 오랜 시간 국내를 떠나 있었기에 국민들과 직접 만나볼 필요가 있다는 게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반 전 총장 역시 국민들의 의견을 현장에서 듣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방식은 버스나 승합차 한 대를 이용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전국을 도는 ‘민심투어’ 형태가 논의됐다.

11일 언론과 상견례를 가진 이도운 대변인은 “(마포 캠프는)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캠프는 아니다. 반 총장의 국내활동을 보좌하는 것”이라며 “반 총장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데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심탐방과 관련해서는 “(반 전 총장의 의중은) 가급적 수행이나 의전 없이 간소하고 단순하게 하고 싶어 한다. 지방에 가더라도 놀랄 정도로 (단촐한 모습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예상했던 대로’라는 분위기다. 실제 반 전 총장이 국내 귀국하자마자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유엔사무총장직을 내려놓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치권에 입문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이익이라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정파는 온도차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전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진석·나경원 의원 등이 포진한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바른정당 역시 반 전 총장 영입에 긍정적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자강론’이 대두된 국민의당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꽃놀이패를 쥔 반 총장 입장에서는 특정 정파에 힘을 싣기보다 중립을 견지하며 여론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보수진영 주자로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급할 게 없다는 얘기다.

반면, 반 전 총장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씌워지는 것은 부담이다. 이날 상견례를 한 ‘마포 실무팀’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역임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참여했고, 2007년 MB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실무진이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이동관 전 홍보수석, 임태희 전 장관, 박진 전 의원 등 합류가 예상되는 인사 다수가 친이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물밑 지원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2015년 7월 실시했던 역대 대통령 평가를 살펴보면, 이 전 대통령 지지율은 1%로 노태우 전 대통령(0.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3%)이나 이승만 전 대통령(3%) 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이를 노린 듯 민주당은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장 ‘MB 프레임’ 씌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진우 민주당 부대변인은 “반 전 총장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단언컨대 대단히 퇴행적이다. 미래 비전을 제시할 새로운 얼굴이 보이지 않고 흘러간 올드보이들 집합소 같은 느낌”이라며 “한마디로 ‘MB 시즌 투’이며, MB그룹과 JP가 만나는 MJP연합”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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