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경선룰 협의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돌입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대선 경선룰 협상에 착수했다. 11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김부겸 의원 등 대권주자들의 대리인들은 첫 상견례를 가졌다. 룰에 따라 각 후보의 승패가 크게 엇갈리는 만큼, 시작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첫 회의를 파행을 끝낸 이들은 오는 12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각 후보 진영이 원하는 대략적인 윤곽은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어떤 조건이나 제안 없이 합의된 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 가장 유력한 상황에서 괜한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경선 이후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제안하면 타 후보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경선룰 합의가 돼야 경선이 끝나고 모두가 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어떠한 룰을 적용해도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확인됐듯이 당내 조직은 친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추미애 대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무려 61.66%를 득표했고, 대의원 투표와 일반당원 투표에서도 과반이상을 획득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실시했던 온라인 당원가입의 힘이 컸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대국민여론조사 역시 문 전 대표가 불리할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 8.27 전당대회 당시 투표 방식별 득표율. 추미애 대표는 여론조사를 제외한 투표에서는 모두 과반이상을 득표한 바 있다.
최근 다크호스로 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2012년 대선경선 룰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룰은 이른바 ‘완전국민경선’을 표방, 당원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신청자 누구에게나 1인 1표를 행사하게 했다. 투표 방식은 모바일·투표소·인터넷으로 가능했고,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제를 실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당내 조직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였던 이 시장에게는 나쁘지 않다. 1차 투표에서 문 전 대표를 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면 반전을 노려봄직 하다.

실제 지난 8.27 전당대회를 보면, 추미애 대표가 유일하게 과반을 획득하지 못한 투표방식이 여론조사다. 당시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의 여론조사 득표율을 합치면 54.46%로 추 대표의 득표율을 넘어선다. 여론조사 방식이 완전국민경선과 가장 비슷하다고 보면, 결선투표에서의 역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반해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경선판 자체를 흔들고 나섰다. 심지어 박원순 시장은 경선룰을 논의하는 회의에 대리인을 보내지도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촛불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왔다. 당내 경선이 아닌 국민의당, 정의당, 시민사회까지 모두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장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당내 조직과 지지율이 약한 상황에서 경선승리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 스스로도 “결과가 뻔해 관중이 한 명도 없는 그런 씨름판이 되면 재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 역시 ‘공동후보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각 정당별 후보를 뽑아 놓고 다시 단일화를 하는 과정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국민의당을 포함해 야권전체가 처음부터 함께 경선을 치러 공동후보를 세우자는 얘기다.

다만 박 시장과 김 의원의 제안은 국민의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당 지도부 다수가 민주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