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금융그룹의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초윤장산(礎潤張傘).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경영 화두로 선정해 눈길을  끈 사자성어다. 이는 주춧돌이 촉촉해지면 비가 내릴 징조이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뜻을 가진 손자병법 구절로 큰 일이 닥치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런데 올해 BNK금융그룹은 우산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거센 비바람을 마주할 분위기다. 부산 엘시티 ‘특혜 대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BNK금융그룹의 목을 본격적으로 조여오고 있어서다. 부산은행의 특혜 대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BNK금융그룹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다음 주께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70)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BNK금융그룹이 엘시티 시행사에 거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이 전 행장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 BNK금융 ‘엘시티 특혜 대출’ 수사 본격화

이 전 행장은 부산은행장(2006년~ 2012년), BS금융지주 회장(2011년~2013년), BS금융지주 고문(2013년~2015년)을 지냈던 인사다. 이 전 행장은 엘시티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구속기소)의 청탁을 받고 시행사에 특혜성 대출이 이뤄지도록 알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엘시티 사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한 금융사다. 사업 위험성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원에 난색을 표했던 것과 달리, BNK금융은 부산은행·경남은행·BNK캐피탈 등 계열사를 총동원해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약정했다. 경남은행은 분양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추가로 3000억원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이면약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해 1월에는 자금난을 겪고 있던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당시 엘시티PFV는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3450억원의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BNK금융그룹 측은 이 모든 대출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장호 전 행장 등 부산은행 전‧현직 임원이 이 회장과 여러 차례 ‘골프회동’을 벌인 사실 드러나 유착 의혹이 인 데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도 여러 의혹이 피어오르고 있다.

부산은행이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특혜성 대출을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내부 문건도 공개됐다. 13일 <동아일보>는 ‘해운대 엘시티 관광리조트 개발사업 대출금 취급명세’라는 부산은행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특혜 정황을 보도했다.

◇ 이자도 못 내는데 수천억원 덜컥 ‘대출’

보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2013년 4월 설계비 등 명목으로 이 회장의 엘시티 시행사에 신용만을 담보로 200억원 규모의 거액을 처음 대출했다. 이후 2015년 1월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에선 엘시티 사업부지를 담보로 잡았다고 보고서에 썼다. 하지만 당시 부지 소유권은 부산도시공사에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담보 대출’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엘시티 시행사는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건축과 시공 계약을 맺었지만, PF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사업 진행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선 “인허가 승인 및 시공사 선정 등 정상사업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해당 매체는 보도했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엘시티 측과 중국건축의 계약 해지에 따른 비용 지급 명목으로 700억원을 빌려주면서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만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측은 “대출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내부 문건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이장호 전 행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특혜 대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BNK금융그룹은 이같은 검찰 수사의 광풍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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