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열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삼성전자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신축과정에서 망신을 샀다. 열악한 근로환경과 착취사례, 잦은 현장사고 등의 민낯이 공개된 것. 이는 원청과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가면서 불법하도급에 의한 폐해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주처인 삼성전자 및 시공사와 원청, 그리고 노동청의 복합적인 책임론이 제기된다.

2015년 착공에 들어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규모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규모”라며 “41조원의 생산유발과 15만명의 고용창출 등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위 지역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 기대 모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공사과정서 잡음

하지만 공사과정의 현실은 삼성전자의 청사진과 전혀 달랐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선 해당 공사현장의 참혹한 실태가 드러났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신축 현장.<을지로위원회 제공>

현장 노동자들이 쉴 곳이 없어 자갈밭 또는 쓰레기가 널린 풀밭에서 누워있는 장면, 좁디좁은 간이용 화장실과 가득 찬 쓰레기통, 종이박스가 깔린 휴식공간 등이다. 이는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단조공장 건설현장의 휴게시설과 화장실 모습과 상반돼 더욱 눈길을 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행법엔 휴게실, 탈의실, 식당 등을 (규모에 맞게)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삼성은 지키지않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질식사가 터진 이후 몇몇 시설이 추가됐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근로자들의 복지환경뿐만이 아니었다. 안전문제도 심각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평택 현장과 관련해 산재신고한 사고는 총 1건에 불과했지만, 을지로위원회가 현장제보로 접수한 산재사고는 총 8건에 달했다. 아직 규명이 안 된 1건의 사망사고를 제외하면 다수의 사고가 은폐처리 됐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신축 현장.<을지로위원회 제공>

또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8일 사이엔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1월 29일 발생한 사고다. 용접공인 조모 씨는 작업 완료 후 가스 누출 방지패드(퍼지캡)를 제거하려고 배관파이프 속에 들어갔다가, 배관 내부에 잔류돼 있던 아르곤가스에 질식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9일이 지난 12월 8일 새벽 사망선고를 받았다.

한국산업보건공단은 사고의 원인으로 ▲부적정한 퍼지캡 사용 ▲밀폐공간 관리상의 문제점 ▲밀폐공간 작업 시 필수 3대 안전수칙 미준수 등을 꼽았다.

두 번째 사고는 조씨가 뇌사판정을 받은 날 발생했다. 당시 내화피복작업을 하던 강모 씨는 개구부의 안전난간을 넘어가 개구부에 설치된 철판을 밟다가 10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공단 측은 ▲개구부 방호조치와 ▲안전표지 미부착을 사고발생 원인으로 지목했다.

▲ 현대제철 단조공장 현장.<을지로위원회 제공>

◇ “발주처, 시공사, 노동청 복합적인 문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신축현장의 문제점은 불법하도급이 원인으로 제기된다. 이는 또 발주처인 삼성전자와, 시공사 및 원청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이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즉 현행법 상 발주처, 시공사, 원청, 1차 하도급 업체까지가 합법적인 구조인데 1차 하도급업체가 재하청을 주고, 그 밑에 업체가 다시 하청업체를 두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근로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공사기간을 단축한 점도 하도급으로 내려가면서 근로자의 쥐어짜기가 진행됐을 것”이라며 “발주처와 시공사, 원청, 그리고 노동청의 무관심으로 일어난 폐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현장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시공사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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