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MCA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연령 18세 인하의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치권에서 선거제도에 관한 담론이 한창이다. 국민의 의사를 보다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개혁논의는 정치권의 필수사항이다. 다만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논의되는 선거제도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유불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 실현가능성 없이 정치투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제도 개편의 시작은 ‘18세 선거권 하향조정’안이다. 만 19세로 되어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 만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당초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찬성했던 바른정당은 입장을 번복, 보류로 돌아섰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17일 청년·청소년 연석회의는 바른정당 소속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선거연령 하향조정안 찬반명단을 발표했다. 18일에는 개혁입법 공동네트워크와 전국 YMCA가 정론관 기자회견을 차례로 열어 극회의 ‘선거연령 하향조정 처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만18세에 해당하는 학생들 다수가 참석해 참정권을 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사실 선거권 하향조정안은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반론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대다수 선진국들이 만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점차 하향시키는 추세다.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은 ‘고3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이면에는 선거연령 하향조정이 대선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본질에 가깝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보수정당이 청년들의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8세 선거권 확대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65세 선출직 공직자 정년도입’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장관 및 국회의원과 지장체장 및 의원 포함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5세를 초과하는 연장자에 대한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일부 제한하자는 얘기다.

논란은 거셌다. 특히 ‘노인들은 투표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과거 정동영 의원의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보수진영의 분노가 컸다. 당장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규정하며 비난했고,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만 63세인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2년 뒤에 그만두게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출마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것부터 밝히라”고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표 의원은 반론에 재반론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표 의원은 “다른 공직에도 정년이 있다면 선출직에도 공직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취지”라며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40세 이상이 되어야 하고, 국회의원이 되려면 25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하한도 없애버리면 좋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연령에 상관없이 본인 능력에 따라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선출직 공직자 상한에 반대하는 논리를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맞춰 그대로 되돌려 준 셈이다. 

이밖에 선거제도와 관련해 국민의당은 이번 대선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따져보면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판단에서다. 과반 이상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명분은 타당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18세 선거연령 하향조정안이나 결선투표제 모두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명분이 있고 논리도 타당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특정인이나 특정정파의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선거철에 화제가 되고, 그래서 개혁이 더욱 어렵다는 게 선거제도 개혁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고, 말만 가지고 싸우는 일이 반복된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슷한 정쟁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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