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삼성전자 임원들이 최근 한 달간 보유 주식 일부를 팔아 현금화 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한 때를 놓치지 않고 ‘재테크’를 실현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 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최성호 부사장, 이상훈 사장, 윤주화 사장, 최영준 부사장, 박종서 부사장, 조승환 부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보유하던 주식 일부를 팔았다.

스타트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끊었다. 권 부회장은 12월 21일 보유중인 주식 400주를 매도했다. 주당 180만원에 팔아 7억2000만원을 현금화 했다.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다른 임원들도 매도행렬에 동참했다. 윤주화 사장은 180주를 주당 178만원대에 매도해 3억2000여만원을, 이상훈 사장은 173주를 180만원대에 팔아 3억1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최성호 부사장은 872주(매도가격 179만원대)를 팔아 약 15억6800만원을 현금화했다. 가장 최근(1월 11일)에 주식을 매도한 전준영 전무를 포함, 임원 8명이 매도한 주식 규모는 어림잡아도 5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대거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은 당시 삼성전자 주식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차익실현에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0일 181만2000원(종가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이후에도 주가 호조세를 이어갔다.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뉴시스>
다만 삼성전자 임원들이 재테크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던 시기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이라는 사실은 관심을 끈다.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주식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바로 다음날인 12월 21일에는 400주를 매각했다. 공교롭게도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 입증을 위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을 조사한 다음날이다.

삼성물산 합병 외압 의혹에 키를 쥐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긴급체포된 12월 28일에도 삼성전자 임원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1월 12일)된 전날(1월 11일)까지도 삼성전자 임원의 주식매도는 이뤄졌다.

물론 시세차익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주식 보유자들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과거부터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따라 차익실현을 해왔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삼성그룹 전체가 초긴장인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를 이끄는 수뇌부가 시세차익을 계산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던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연봉 약 150억원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94억원에서 56억원이나 뛴 규모로, 98억원을 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보다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9억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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