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인사인 만큼,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한금융의 새 선장인 그의 어깨는 무겁다.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사수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변은 없었다… 차기 회장에 조용병 행장 발탁

신한금융지주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사 전원 만장일치로 조용병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전날 신한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조 행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이날 조 내정자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과 최종 경합을 벌였다. 위 사장은 면접 과정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이변을 일으켰다. 위 사장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내정자는 일찍이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는 수장인데다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건강 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난 고(故)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의 후임자인 그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조5117억원으로 2014년 3분기보다 18.8%나 증가했다.  

‘계파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사라는 점도 발탁 배경으로 거론된다. 조 내정자는 지난 2010년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대립한 ‘신한 사태’ 당시 중립을 지킨 인사로 분류됐다. 혹시나 있을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 ‘신한사태’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그를 발탁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내정자가 짊어진 왕관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올해 금융 환경은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하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갖가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금리 변동성과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증가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들이 수두룩하다.

◇ 리딩금융그룹 지위 수성 최대 ‘과제’

이런 상황에서 그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떨쳐내고 ‘리딩금융그룹’의 입지를 수성해야 하는 과제를 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금융권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2010년부터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해왔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뉴시스>
문제는 올해부터 경쟁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우선 업계 2위인 KB금융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현대증권 인수로 덩치를 불린 KB금융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추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하며 금융지주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KEB하나은행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합류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시에는 1위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속적인 먹거리 발굴이 중요하다. 업계에선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와 해외 시장에서 선점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잡음 없이 세대교체 작업을 마무리 짓는 것도 숙제다.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의 선임을 계기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여전히 과거의 계파 갈등의 잔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내정자는 이 같은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는 동시에 조직 간 잡음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시험대는 자회사 인사다. 신한금융은 3월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자회사 사장단 인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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