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과 탄핵심판 맞대응 차원으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홀로 참배’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행사가 정지된 지 45일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외출을 감행했다. 청와대 관저를 벗어나 찾아간 곳은 국립서울현충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참배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해마다 설과 추석 전 조용히 성묘를 다녀왔다는 것. 이번 행보도 설을 앞둔 성묘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달랐다. 대통령 수행원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알린 데 숨은 뜻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서다.

◇ “밉지만 불쌍해” TK의 동정론, 이번에도?

실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성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사진을 공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성묘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는 코멘트까지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에서 3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셈.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면서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나홀로 참배로 동정론을 유발,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의 민심 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TK는 ‘콘크리트’로 불릴 만큼 대통령에 대한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했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지난해 11월 지지율이 3%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지지 철회다. 하지만 최근 밑바닥 민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절대적 지지를 보낸 만큼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언론과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까발린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참배했다. 청와대가 관련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TK 민심은 대통령이 지난달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뒤로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대구시에서 대통령의 방문에 우려를 표시할 만큼 민심이 흉흉했지만, 대통령이 방문을 고집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여기(서문시장) 오는 것에 많이 고민했지만, 제가 힘들 때마다 힘을 주신 여러분들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계신데 찾아뵙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엔 분위기가 냉랭했다. 때문일까. 청와대 측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TK의 애증 관계는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당원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징계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그는 정주택 신임 윤리위원장에게 당 대표로서 징계 절차 중단을 부탁했다. “대통령직을 내놓으라고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 당원으로서 잘못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 일단 대통령은 징계를 피하고 당원을 유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며 재기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 중인 그는 차분하게 특검과 탄핵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의 시간엔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다만 파문을 몰고 온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강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힌 언론과 특검 관계자에 대해 형사고소는 물론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 탄핵 이후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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