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의 투싼, 스포티지 경유 모델의 배출가스 기준 초과가 확인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후폭풍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엔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 현대·기아자동차의 인기 경유차량에서 배출가스 기준 초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대응은 전혀 다르다. 폭스바겐이 오히려 화를 키운 반면, 현대·기아차는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잘 나가는 투싼-스포티지, 뜻밖의 악재 만나

환경부는 지난 24일, 현대차 투싼(2.0디젤), 기아차 스포티지(2.0디젤), 르노삼성 QM3 등 3개 모델에서 배출가스 기준초과가 확인돼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결함확인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결함확인검사는 차량이 실제 판매돼 운행할 때도 인증 받은 배출가스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때문에 소비자가 구입해 운행 중인 보증기간 내 차량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된다.

검사 과정은 3단계로 이뤄져있다. 사전조사를 통해 예비검사 대상 모델을 선별하고, 그 중 다시 본검사 대상 모델을 선별한다. 예비검사와 본검사는 각각 해당 모델 차량 5대와 10대를 검사한다. 이 중 같은 항목의 기준 초과가 몇 대나 발견되는지, 혹은 평균치가 얼마나 초과하는지 등을 따져 부적합 판정을 내리게 된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서 15개 모델을 예비검사 대상으로 선별했고, 이 중 6개 모델에 대해 본검사를 실시했다. 나머지 3개 모델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 현대·기아차 “원인 철저히 파악해 고객 위한 조치 취할 것”

기아차 스포티지는 입자상물질 1개 항목에서 배출가스 기준 초과가 확인됐다. 현대차 투싼은 여기에 더해 입자개수, 질소산화물, 탄화수소+질소산화물 등 총 4개 항목에서 기준을 초과했다.

스포티지는 2010년 8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12만6000대, 투싼은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생산된 8만대가 기준 초과에 해당한다. 판매순위 상위권에 속하는 모델인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현대·기아차는 환경부 발표 직후 입장을 내고 “환경부 조사 결과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고객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로부터 조사 결과를 통보 받는 대로 규정에 따라 45일 내에 결함 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을 마쳐 리콜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입장 발표는 기민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이뤄졌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보단 최선을 다해 수습하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배출가스 문제에서 시작해 최악의 위기를 맞은 폭스바겐과 상반된다. 폭스바겐은 수습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면서 ‘판매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특히 소비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돼 재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후폭풍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배출가스 기준 초과는 갈수록 강조되는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로, 자칫 거센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환경’을 미래 화두 중 하나로 놓고 수소차 개발 등을 적극 진행 중이다. 환경 문제로 논란에 휩싸일 경우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이후 경유차 및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신속하게 대책을 밝힌 현대·기아차는 악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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