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그룹 본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커피왕국’ 동서의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 꾸준히 오르던 배당금이 13년 만에 동결됐다. 2년간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면서 ‘고배당 성장주’의 타이틀도 멀어져만 간다. 특히 그간 수익성 악화에도 배당 혜택을 쏠쏠히 누려오던 오너일가에겐 씁쓸한 뒷맛이 남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 13년 만에 배당금 ‘동결’… “실탄이 모자라다”

동서의 ‘배당열차’가 13년 만에 멈췄다. 2003년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던 배당액이 올해 처음 동결된 것이다. 24일 동서는 1주당 670원의 현금배당을 공시했다. 배당금총액은 665억1259만원에 달해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 13년간 동서의 배당 총액이 꾸준히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동서는 2003년 이래로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03년 총 배당금 147억원에서 2015년 665억원에 달하기까지 매년 몸집을 불려왔다. 올해도 배당 증액을 기대했을 주주들은 갑작스런 동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선 최근 2년 간 이어진 동서의 실적 침체가 배당 동결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동서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56억260만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223억1200만원으로 2.1% 줄었다. 동서는 2015년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9.7%, 4.6% 줄었다. 이에 고배당을 유지할 실탄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서 관계자는 “배당에 영향을 끼칠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회사 자금 사정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다만 배당수익률은 2.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자공시에 공개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 530억원, 2015년 363억원에 이어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1조400억원으로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부채총계도 함께 늘어나 배당 재원이 탄탄하진 못하다는 분석이다.

◇ 고배당 최대 수혜자 ‘오너일가’… 일방통행 의사결정

사실 그간 동서의 고배당 정책은 자회사 동서식품의 수익을 기반으로 이룰 수 있었다. 동서는 동서식품 지분 50%를 보유 중이다. 동서식품 배당금의 절반을 가져가는 셈이다. 매년 56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다. 그러나 믹스커피 시장 정체 영향으로 동서식품도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추세라 더 이상의 고배당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지급된 막대한 배당금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차지했다. 동서의 최대 주주인 김상헌 고문은 지분 20.33%를 차지하고 있다.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과 장남인 김종희 동서 전무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도 만만치 않다. 본인의 지분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더해 오너일가의 지분만 총 67.47%에 달한다.

오너가의 지분은 2003년에도 68%에 이르렀다. 그 동안 동서의 현금배당성향은 4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5년도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54.7%에 육박한다. 오너일가의 고액배당금 수령은 시장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으나, 주가부양책이란 명목 하에 오너일가는 고배당의 최대 혜택을 유지해왔다. 이번 배당금 동결이 오너일가에 유독 아쉬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갑작스러운 배당 동결에 정작 당혹스러운 쪽은 소액주주들이다. 그러나 회사는 올해도 기업설명회(IR)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동서는 1995년 코스닥 상장 이후 20년이 넘도록 기업설명회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배당금 지급의 타당성을 따질 소통 창구도 닫아 놓은 모습에 상장사로서의 책임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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