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지난 23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를 밝혔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제조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줄 것으로 보였지만, 갤럭시노트7 고객들이 제기한 소송에 한정된 걸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지난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불량이 원인”이라며 “하지만 포괄적인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고 사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로 입은 손실은 기회비용까지 포함, 7조원으로 추산된다. 고 사장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발언은 각종 다양한 손해배상 청구를 배터리 제조사에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보통 리콜이 발생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리콜비용을 분담하는 게 원칙이다. 이후 제조사는 부품사가 결함 있는 부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는다. 여기엔 소비자들의 피해소송에 대한 구상권 및 하자담보 또는 채무불완전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다양한 법적책임이 존재한다.

소니 역시 과거 자신들이 공급한 노트북 배터리가 발화를 일으키자 리콜비용을 부담했고, 노트북 제조사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하지만 김홍경 삼성SDI 경영지원팀 전무는 지난 24일 2016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하고 일부 확인을 해본 결과 고 사장이 말씀하신 건 고객들의 소송에 대한 그런 법적인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손실에 대한 부분은 계약사항이기에 소송과 별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의미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 사장이 발언한 ‘법적 책임’의 의미는 갤럭시노트7 리콜로 피해를 본 고객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에 한정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들과의 파트너십 관계를 끊고 고소나 고발하진 않겠다는 것”이라며 “(손해배상은 계약서를 확인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고 사장이 손해배상 청구를 놓고 각종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낸다.

삼성전자의 배터리 제조 협력체는 삼성SDI와 중국 ATL 등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에 중요한 파트너사로 분류된다. 삼성전자가 고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소송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향후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중국 ATL은 을 중의 을로 분류된다”며 “이들을 제외하면 연간 3억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공급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해비용을 낮게 책정하면 배임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수조원대의 손실을 배터리 때문이라고 발표해놓고선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배임행위에 의한 소송감’이다.

또 일각에선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하고도 손해배상 청구를 안 한다면 삼성전자도 발화원인에 떳떳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 사장이 이들 업체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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