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석 전무가 대체복무한 칸테크는 일양약품의 IT 자회사로, 일양약품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일양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일양약품이 때 아닌 오너 3세의 병역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전무가 일양약품의 IT 자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체한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것인데, 해당 업체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이후 7년간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한 인력이 정 전무를 포함해 2명뿐이라는 점에서 오너 3세의 병역문제 해결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일양약품 자회사서 대체복무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정유석 전무는 지난 2003년 ‘칸테크’라는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했다. 산업기능요원은 병역의무자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대신에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 대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매체는 정유석 전무가 2003년 7월 16일부터 2006년 5월 27일까지 34개월을 근무했으며, 산업기능요원 복무 규정을 적용해볼 때 현역병 입영대상자라고 전했다.

관심사는 정유석 전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했던 ‘칸테크’라는 회사다. 1994년 설립된 칸테크는 일양약품의 IT자회사로, ERP개발 및 시스템 유지보수 등 기업전산환경 컨설팅사업을 하고 있다. 일양약품이 최대주주(80.2%)다. 일양약품의 최대주주가 정도언(21.38%/2016년 9월 기준) 회장 등 오너일가인 점을 감안하면 칸테크는 사실상 정도언 회장 소유 회사다. 정유석 전무는 아버지 소유 회사에서 대체복무를 한 셈이다.

칸테크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것은 2001년 11월이다. 그리고 2003년 칸테크는 첫 번째 산업기능요원으로 정유석 전무를 채용한다. 이후 2008년 병역지정업체 허가가 취소되기까지 칸테크가 추가로 선발한 산업기능요원은 1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이 오너 3세의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칸테크를 병역지정업체로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현행 병역법(제38조의2 등)에는 병역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이 해당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석 전무가 칸테크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될 2003년 당시 대표이사는 아버지인 정도원 회장이 아닌 다른 이(이병준)였다. 정도원 회장은 당시 칸테크 ‘이사’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병무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상으로는 산업기능요원 편입 시점에서의 대표이사가 기준”이라며 “과거에 부친이 해당 업체의 대표를 역임했더라도, 산업기능요원 편입 시점에 대표의 4촌 이내 혈족이 아니라면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관계가 있는 회사(계열사)에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된 것이 석연찮은 것이 사실이나 현행법에는 이를 제재할 법령이 없다”고 말했다.

◇ 일양약품 측 “법적 문제 없다”

▲ 정도언(사진) 일양약품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전무가 일양약품의 IT 자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체한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된다. <일양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법적인 문제를 떠나 병역지정업체 신청을 앞두고 칸테크의 대표이사가 교체된 점은 곱지 않은 시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정유석 전무의 아버지인 정도원 회장은 1999년 칸테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가 그해 5월, 당시 이사였던 이병준 씨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다. 이후 정도원 회장은 ‘이사’를 맡는다. 이사인 이병준 씨를 대표이사로 앉히고, 대표이사인 정도원 회장은 이사를 맡으며 서로 자리를 바꾼 셈이다. 칸테크가 병무청에 병역지정업체 선정 신청을 한 것은 2001년이다. 아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업체의 대표이사를 다른 이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유석 전무는 현재 칸테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칸테크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유석 전무는 2015년 10월 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칸테크의 최대 매출처는 일양약품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유석 전무는) 칸테크에서 (BI)컨설팅 업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는 전혀 부분인데 왜 이런 얘기가 불거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석 전무는 대체복무를 마친 2006년, 일양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1년 5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4년 전무로 승진한 이후 다양한 분야의 경영에 참여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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