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금호타이어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수 후보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업체 더블스타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좁혀졌다. 아직까지는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출해온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문제는 ‘자금’이다. 1조원대로 달하는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미지수다.

업계에선 특수목적법인(SPC) 통한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이 같은 방식을 채권단이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불확실하다. 인정 기준에 따라 불공정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 후보와 채권단은 모두 이를 둘러싸고 이미 보이지 않는 공방전을 시작한 분위기다.

◇1조원대 '쩐의 전쟁'… 박삼구 회장 자금 동원 방안 '안갯속'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해 세부 조건을 조정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더블스타는 중국 칭다오와 시안에 타이어 공장을 둔 타이어 전문 제조사로,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금호타이어 본 입찰에 참여했다.

채권단은 이달 중 더블스타와 SPA를 체결하고 계약 조건을 박삼구 회장에게 알릴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42.01% 인수 가격으로 1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조원 대의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을 위한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박삼구 회장 개인 자격에 한정하고 있다. 즉 계열사의 도움 등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매각 절차 초반 “채권단의 사전 동의 없이 우선매수권을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계열사를 동원한 자금 조달도 불가하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박 회장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등 주력계열사 인수에 따라 대규모 빚을 가지고 있어 추가 대출이 여의치 않다.

◇ SPC 통한 인수 방안 둘러싸고 '해석 분분'

▲ 박삼구 금호아시나그룹 회장
이에 업계에선 박 회장 측은 100%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인수 예정인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돈을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SPC를 통한 인수 방식은 논쟁의 불씨를 품고 있다. 

채권단은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했다. 이에 100% 출자한 만큼 SPC를 박 회장의 개인회사로 확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제 3자로 인식해야 하는지 등의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박 회장 측이 어떤 조건과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지에 따라서도 해석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박 회장 측은 중국 내 금호타이어 공장 4곳을 담보로 중국 종합화학기업인 켐차이나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계열사 동원 금지 방침과 배치될 수 있어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매수권청구 기준을 금호타이어 쪽에 유리하게 해석할 경우 더블스타의 강한 반발이 부를 수 있다. 더블스타는 세계 3대 로펌인 클리퍼드찬스를 인수 관련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 법률적 문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알려진다.

더블스타는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타이어 업계 14위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숨에 글로벌 업계 10권에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더블스타가 새 주인으로 낙점될 경우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쌍용차의 기술력 등만 취하고 껍데기만 되팔았던 중국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잡음 없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채권단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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